[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허정무의 특명 ‘세트피스를 경계하고 이용하라’

입력 2010-05-29 21: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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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세트피스를 경계하고 이용하라.’

허정무 감독의 특명이 떨어졌다. 허 감독은 오는 6월12일 그리스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의 화두가 될 ‘세트피스’에 대한 전략을 주문했다.

이 전략은 29일 오후(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캄플 훈련구장에서 슈팅과 전술훈련을 진행한 대표팀의 훈련과정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날 대표팀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세트피스 상황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총 1시간 15분 가량의 훈련시간 중 40분이 넘는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였다.

선수들은 전날과 동일하게 조끼팀과 비조끼팀으로 나뉘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펼쳤다. 허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해성 코치는 휘슬을 불어 경기 중간중간마다 인위적으로 세트피스 상황을 만들어냈다. 공격과 수비 시 골과 실점이 많이 이뤄지는 지점 등 여러 각도를 고려해 세트피스 상황을 부여했다.


▷공격 시-수비 뒷 공간을 공략하라
우선 골문과 거리가 먼 곳에서의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수비수 뒤쪽으로 공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왼쪽 측면에서는 오른발 잡이 기성용이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는 이청용을 조준했고, 오른쪽 측면에서는 왼발 잡이 염기훈이 긴 패스를 시도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짧게 또는 문전 앞으로 올릴 수 있지만 장신 수비수들이 즐비한 그리스에게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허 감독의 생각이다.

코너킥 상황에서도 같은 패턴이 이어졌다. 코너킥을 전담한 기성용은 손가락을 펴 미리 약속된 플레이를 펼쳤다.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일 때는 공이 길게 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간간이 손가락 한 개를 펴 변칙작전을 썼지만 기성용은 손가락 두 개를 편 작전을 자주 사용했다.


▷수비 시-빠른 역습으로 허 찌른다
그리스의 세트피스는 분명 한국에게 위협적이다. 그러나 허 감독은 이 상황을 이용하자는 역발상을 냈다. 그리스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장신 선수들이 대거 문전에 몰렸을 경우, 일단 막아내고 빠른 역습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6일 북한과의 평가전에서도 과감한 돌파와 역습을 시도한 북한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 착안을 둔 전략이다. 최전방 공격수 박주영과 빠른 발을 가진 이청용, 박지성 등이 2~3명 밖에 남지 않은 그리스의 수비를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하다.

허 감독은 조끼팀의 역습 상황이 되자 “청용이가 더 빨리 뛰어 나가야 돼”라고 외쳤다.


▷흘러나오는 볼을 공략하라
이날 허 감독은 세트피스 상황 시 박지성을 혼전이 일어날 문전에 배치시키지 않았다. 이영표, 차두리. 단 두 명의 수비수만 남기고 박지성을 그 앞에 포진시켰다. 바로 역습을 대비하고 흘러나오는 볼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똑같이 그리스의 역습에 대비해야 할 경우가 생긴다면 수비력이 좋은 박지성이 상대 공격을 어느 정도 차단시켜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격 시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박지성의 진가가 발휘되길 고대하고 있다.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슈팅 능력을 인정받은 박지성은 상대 수비수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을 골로 연결시킬 수 있는 콤팩트 능력이 필요하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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