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엇갈린 운명의 ‘홍명보호 아이들’

입력 2010-06-01 0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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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이승렬-김보경-구자철. 스포츠동아DB

홍명보호의 아이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대표팀 막내 3인방 중 이승렬(서울), 김보경(오이타)은 남고 구자철(제주)은 짐을 쌌다.

구자철은 1일 새벽(이사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 카펠라 호텔에서 허정무 감독이 발표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구자철은 이승렬, 김보경과 함께 지난해 이집트 20세 이하(U-20) 세계청소년월드컵에서 한국의 8강을 이끈 홍명보호의 일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비롯해 넓은 시야를 갖췄고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가 이뤄져 26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2월 동아시아연맹선수권 중국전에서 생애 첫 성인대표팀 태극마크를 달았고, 올해 1월 남아공 전지훈련 중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며 생애 첫 월드컵 출전의 꿈을 부풀렸다.

특히 전지훈련 기간 중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이 적극적인 영입의사를 보이면서 이승렬과 김보경보다 최종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중원에는 구자철이 넘어야 할 선수들이 넘쳐났다. 공격형 미드필드 부분에서는 김정우(상무), 기성용(셀틱)이 있었고, 수비형 미드필드 부분에서는 베테랑 김남일(톰 톰스크)이 버티고 있었다.

이날 허 감독 역시 “포지션 중복 등을 고려했다. 마음 같아서는 함께 가고 싶은데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제외했다”고 탈락 배경을 밝혔다.

구자철의 탈락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구자철은 실전감각을 끌어 올리기 위한 훈련에서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기만 해야 했다. 또 최종엔트리의 마지막 시험대였던 벨라루스전에서도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서 4년 뒤를 기약해야 했다.

반면 구자철과 동기생인 김보경과 이승렬은 허심을 잡는데 성공했다.

김보경은 중앙 미드필드와 측면 풀백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1월 남아공 전지훈련 때부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김보경은 아직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영리한 플레이로 매 경기 허 감독의 칭찬을 받았다.

이승렬은 U-20 청소년대표팀에서 성인대표팀으로 올라온 뒤 기량이 일취월장한 선수다. 특히 지난 2월 동아시아연맹선수권 홍콩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이후 두 경기에 한 번 꼴로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었다. 14일 일본전에서도 추가골을 넣었고, 5월16일 에콰도르전에서도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특급조커’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마음은 놓을 수 없었다. 재활훈련 중인 이동국과의 경쟁 때문에 남아공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이승렬은 마지막에 웃었다. 패배의 쓴 잔을 들이킨 이는 이근호(주빌로 이와타)였기 때문이었다.

허 감독은 “이근호와 비교도 많이 했지만, 우리가 일단 앞으로 월드컵 예선 세 경기를 하는데 약 3주 정도 시간 있다. ‘지금 상승세를 타는 선수가 누구인가?’, ‘지금 경기력이 좋은 선수가 누구인가?’를 생각했다”며 이승렬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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