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기자의 오스트리아 리포트] 이동국 부상회복…월드컵 최종엔트리 승선

입력 2010-06-01 17: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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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마지막’이란 단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각자 축구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피울 주역들이 허정무호에는 유난히 많다. 대표팀 최전방에 설 이동국(31·전북 현대)이 특히 그렇다.

캡틴 박지성(맨유)도 일찌감치 “남아공이 내 인생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들이 ‘비운’과 ‘불운’으로 점철됐던 이동국과는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1998월드컵의 히어로에서 2002년, 2006년 연속 엔트리 탈락을 당해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었다.

최종 엔트리에 승선하기까지 내내 고통스러웠고, 답답했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이동국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열린 에콰도르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입어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예비 엔트리 26명에 포함돼 오스트리아 전훈 캠프지 노이슈티프트로 건너온 뒤 상황도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팀 승선과 함께 나란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안정환(다롄)이 일찌감치 ‘조커’로 낙점 받은 것과는 달리 이동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시험의 연속이었다.

더욱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인 그리스전에 뛸 수 없다는 불편한 소식까지 전해져 마음을 졸여야 했다. 다행히 기적이 찾아왔다.

노이슈티프트에서 대표팀 의료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통증이 사라진 이동국은 실내외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지난 주말부터는 가벼운 볼 터치와 패스, 간단한 스텝과 슛 연습 등을 무리 없이 해냈다.

미니게임 등 다소 거친 훈련만 제외됐을 뿐이었다.

허 감독은 끊임없이 의료진 및 피지컬 트레이너와 이동국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고, 최종 엔트리 발표일 아침에도 인근 병원을 찾아 MRI(자기공명영상) 촬영까지 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소견은 최상이었다.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은 정상 출격이 가능하고, 그리스전도 교체 출전이 가능해졌다.

이동국은 훈련 기간 내내 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꼭 쥔 두 주먹 속에서는 ‘반드시 해내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허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부족하다고 지적돼 온 수비가담까지 펼쳐온 터였다.

물론 이동국의 선발 출격 가능성은 낮다. 심지어 단 한 경기도 뛸 수 없는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 한 번씩 터져 나오는 라이언 킹의 포효는 남아공월드컵을 지켜보는 또 다른 볼거리이다.

한편 대표팀은 1일 이근호(이와타), 신형민(포항), 구자철(제주)이 탈락한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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