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엔트리 탈락 이근호 신형민 구자철. [스포츠동아DB]
현지시간 1일 오전 7시25분. 벤 형태의 택시 한 대가 허정무호가 묵고 있는 노이슈티프트 야크트호프 호텔 입구에 조용히 멈춰 섰다.
최종 엔트리에 탈락해 남아공행이 좌절된 이근호, 신형민, 곽태휘, 구자철 등 태극전사 4인방을 싣고 독일 뮌헨 국제공항으로 떠나게 될 차량이었다.
5분쯤 지났을까. 대표팀 스태프 한 명이 택시 기사와 함께 짐을 들고 트렁크에 싣기 시작했다. 그리고 10분 뒤쯤 호텔 입구에 서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계단을 내려왔다.이근호를 선두로, 맨 마지막에 목발을 짚은 곽태휘가 택시에 올라탔다.
노흥섭 단장을 비롯한 대표팀 스태프들도 거의 모두 내려와 격려의 말을 전했고, 이윽고 택시가 출발하자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정든 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단다. “열심히 해줬다”는 그저 뻔한 멘트 밖에는.
전날(5월31일) 밤 최종엔트리 선정 기자회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허 감독은 주장 박지성에게 먼저 명단을 전달한 뒤 탈락자 4명을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였다.
비교적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던 신형민과 구자철에 비해 좀 더 충격에 휩싸인 표정의 이근호.
“미안하다”고 사과 아닌 사과를 건네야 했던 허 감독의 얼굴에는 그늘이 가득했고, 눈가엔 작은 이슬이 맺혀 있었다.
“너희는 아직 젊고, 기량이 좋다”고 억지로 격려를 해줘야 했을 때는 스스로 ‘아, 인간이 할 짓이 못되는 구나’란 생각에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고지대만 아니었더라면, 아예 처음부터 23명만 데려왔을 텐데”란 푸념은 괜한 게 아니었다.
한숨도 잘 수 없어 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뜬 눈으로 그날 밤을 샜다. 파주NFC에 모여 선수 30명과 훈련을 했을 때도 탈락자 4명을 추리며 이미 한 번 고통을 겪은 터라 가슴은 더 없이 쓰라렸다.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