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청용 그리스의 옆구리를 쳐라!”

입력 2010-06-03 16: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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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가전을 통해 본 그리스 약점


북·파라과이와 대결서 잇단 2실점 큰 구멍
좌우 수비 약하고 오버래핑 후 복귀도 늦어
허리서 볼 끊고 빠른 역습때 침투하면 승산


‘지성-청용이 떠야 산다?’

맞는 말이다. 2010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가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 그리스는 ‘질식 수비’란 수식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유독 측면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3일 오전(한국시간) 스위스 빈터투어 쉬첸비세 슈타디온에서 열린 파라과이와 평가전에서 그리스는 0-2로 완패했다. 전반 9분 산타 크루스의 슛이 골대 맞고 나온 것을 엔리케 베라가 침착하게 밀어 넣어 첫 실점 했다. 그리스는 전반 25분 산타 크루스의 헤딩을 골키퍼 초르바스가 간신히 막았으나 루카스 바리오스가 다시 오른 발로 차 넣으며 2골 차로 무릎을 꿇었다.

두 골 모두 측면에서 연결된 패스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허정무호로서는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좌우 풀백, 양날의 검?

그리스는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의 유기적인 조화로 2004유럽선수권을 평정했다. 하지만 지난 달 25일 오스트리아 알타흐에서 열린 북한과 평가전(2-2 무승부)에 이어 파라과이전에서 드러난 그리스의 수비력은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보기에 의문이 들 정도로 최악에 가까웠다.

특히 4-2-3-1 포메이션의 좌우 풀백들의 역할이 ‘제로’에 가까웠다. 안정감도 없었고, 공격 가담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이날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4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달려 빈터투어를 찾은 허정무 감독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지만 그리스가 승점 3의 제물로 삼을만한 팀이라는 것은 분명 확인했다.

그리스는 센터백에 파파도풀로스-키르기아코스가 섰고, 양 측면에 토로시디스와 세이타리디스가 위치했다.

북한전에서 정대세에 2골을 내줬던 장면은 모두 좌우 측면이 뚫리면서 시작됐다. 저돌적인 정대세의 개인기도 뛰어났으나 당시 풀백에 배치됐던 스피로풀로스와 빈트라가 제 역할을 못한 게 더욱 뼈아팠다.

10골을 내줬던 유럽 지역예선에서 그리스는 주로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엮어 미드필드와 간극을 좁히며 ‘질식 수비’의 단초를 마련했지만 ‘꼭 이겨야 하는’ 팀을 상대로는 포백을 구축했다.

포백 때는 스피로풀로스와 세이타리디스가 사이드에 섰고 스리백일 때는 모라스를 중심으로 키르기아코스와 파파도풀로스가 주력으로 출전했다. 그리스 입장에서도 한국은 꼭 잡아야 하는 상대. 포백이 유력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허 감독도 이를 안다. 모라스가 팀 훈련 도중 종아리를 다친 바람에 제대로 된 수비진을 만들 수 없었지만 오버래핑 이후 수비 가담이 너무 늦었고, 특히 오른쪽 풀백 세이타리디스의 플레이는 최악이었다. 1차 방어는 물론, 2선 침투에 대처하는 자세도 안일했다. 파라과이가 펼친 남미 특유의 템포와 개인기에도 속수무책이었다.


● 지성-청용에 달렸다!

허정무호의 좌우 측면은 박지성과 이청용이 이미 ‘찜’ 해뒀다.

박주영과 염기훈이 투톱에 배치될 때 박지성과 이청용은 측면 날개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허리진 중앙에서 1차적으로 상대의 볼 배급을 차단한 뒤 전방으로 빠르게 역공을 펼쳤을 때 박지성과 이청용은 지체 없이 침투를 시도해야 한다는 해답이 나온다. 물론 이영표와 차두리가 시도할 오버래핑과 유기적인 호흡도 이뤄져야 한다.

4-3-3 포메이션이 구축될 때도 마찬가지. 어차피 측면은 기본적으로 박지성과 이청용이 책임지게 돼 있다. 박지성이 파라과이전에서 보인 니니스의 역할처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게 될 경우, 염기훈-이청용 혹은 이청용-김재성 조합이 임무를 맡아야 한다.

이미 이청용의 크로스와 박지성의 저돌적인 돌파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통한다는 걸 보여줬다. 포지션 체인지를 통한 활발한 공격 전개에서 그리스를 압도할 수 있다. 그리스 헬라스TV의 스포츠 PD 겸 저널리스트 이오시프 프로토게라키스는 “그리스가 길게 내지를 뿐 전혀 공격다운 공격이 없었다. 한국은 측면이 빠르다는 걸 안다. 벨라루스전에서 드러난 한국 축구의 플레이는 전혀 참고할 만 하지 못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빈터투어(스위스)|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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