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라이프 스토리 ② 이청용] “딱 10분 보니 큰 일낼 놈이다 싶었죠”…“가족은 나의 힘” 이청용, 가족사진 공개

입력 2010-05-27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축구 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인 월드컵에 첫 도전장을 내민 이청용. 어린 시절 축구화를 신으며 꿈꿔왔던 월드컵은 이청용에게 현실이 됐고, 그는 지금 또 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중학교 때부터 실력 등 또래보다 월등
고교진학 포기 ‘프로행’ 스스로 원해
2007년 귀네슈감독 만나며 승승장구

EPL서 선배들 기록 깨며 종횡무진
“내 힘의 원동력은 가족 그리고 여친”


2010남아공월드컵을 빛낼 ‘예비 히어로’를 꼽을 때 이청용(22·볼턴 원더러스)을 빼놓을 수없다. 어떤 것이든 처음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이청용에게는 이번 월드컵 무대가 첫 경험이다. 월드컵 생각에 잠도 설쳤단다. “평생 꿈꿨죠. 축구 선수인데. 제가 축구화를 막 신었을 때부터 꼭 한 번은 (월드컵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리고 이뤄졌잖아요. 그게 중요해요. 두고 보세요. 저희는 크게 일 저지른다니까요.”

 



○‘유달리 컸던 꽃봉오리’

서울 창동초를 거쳐 도봉중에 입학하며 이청용의 꿈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도봉중에서 이청용을 가르친 이찬행 감독(현 재현고)은 “피지컬이나 모든 면에서 또래보다 한 수 위였다”고 회상한다.

요즘도 이청용의 움직임을 놓고 ‘화려하다’는 수식보다는 ‘머리가 좋다’ 혹은 ‘센스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청용은 중학교 3학년 때 결단을 해야 했다.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무대를 옮긴 것.

 


“고민이 컸죠. 안양LG(현 FC서울)의 부름을 받았지만 청용이를 보내는 게 옳은지 계속 갈등했어요. 성공한 지금이야 당연히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이찬행 감독)

이 감독과 마찬가지로 이청용의 아버지 이장근(51) 씨도 내내 갈등했다.

“15살짜리 어린 아들을 학창 시절도 없이 험한 곳(프로)으로 보내야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죠. 또 평생의 추억거리를 잃는 거잖아요. 아들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당연히 말렸을 겁니다.”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을 기억’

당시 안양 LG감독이었던 조광래 경남FC 감독은 2003년 도봉중-장안중의 경기를 우연히 지켜봤다.

“스카우트를 결정하는데 딱 10분 걸렸어요. 상대가 바로 앞에 있는데 피하기는커녕, 곧장 달려드는 게 ‘이 놈이다’싶었죠. 앞서 고교 선수들을 몇 명 데려왔는데, 나쁜 버릇을 고치기가 쉽지 않아 청용이는 빨리 데려오는 게 낫다 싶었죠.”

안양 외에도 이청용에 눈독을 들이는 팀은 전남 등 2∼3개가 더 있었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2006년까지 2년 가까이 2군에 머물러야 했다. 이청용의 K리그 데뷔전은 2006시즌 3월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수원과 시즌 개막전은 오후 2시. 한낮 경기였지만 그라운드에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다. 아버지의 기억에 아들은 좋지 않았다.

“녀석이 내내 허둥거렸어요. 상대를 제대로 막아낸 경우가 없었죠. 공격도 못했고요. 파울만 하다 끝난 것 같은데….”

 


실제로 이청용은 이날 5개의 파울을 했고, 프로 첫 옐로카드도 덤으로 받았다. 사흘 뒤 전북과 홈경기에도 나섰지만 딱 한 번 기록한 파울은 그대로 경고로 이어졌다. 1군 엔트리 제외는 당연한 수순. 그해 이청용은 2차례 더 출전해 1개 어시스트를 올린 데 그쳤다.

그러나 2007년 부임한 세뇰 귀네슈 감독은 이청용을 붙박이 1군 멤버로 올렸다. “경기에 너무 열중해 가끔 심한 반칙을 하는데, 이를 고치면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귀네슈 감독의 소견이었다.

사령탑의 전폭 신뢰 속에 이청용은 그해 시즌 23경기에 출전, 3골-6도움을 기록했고 2008년에는 25경기에서 6골-6도움을 올렸다.

이청용은 그해 3월 허정무호에 승선했고, 5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홈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해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드디어 이름 석자를 알린 것이다.

 



○‘종가’를 휘저은 한 시즌

이청용은 작년 여름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프리미어리그 볼턴은 스카우트까지 파견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인 7번째 EPL리거가 됐다.

시즌 막판, 바이스라는 경쟁자가 깜짝 등장하긴 했어도 아주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EPL에 진출한 선배들의 기록을 제치고 5골-8도움(40경기)을 올렸고, 3월에는 맨유 첼시 아스널과 빅(Big)4로 분류되는 리버풀의 러브콜까지 받았으니 엄청난 성장세다. 맨체스터 시티와 버밍엄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청용의 에이전트 TI스포츠 김승태 사장도 “볼턴에 갓 입단했을 때 걱정했는데 의외로 쉽게 적응하더라. 꾸준한 영어 공부로 동료들의 신뢰를 샀고, 휴식 시간까지 쪼개 연습하는 끈기와 노력을 감독들이 높이 평가했다”며 갈채를 보냈다.

성공 비결은 역시 가족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보러 2번 영국을 찾았지만 뚝배기처럼 진한 사랑을 보낸다. 어머니 장명자 씨와 여동생은 오래 머물며 이청용을 돌봤다. 이청용은 이렇듯 늘 따스한 가족이 고맙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원동력으로, 선전의 비결로 ‘가족’을 가장 먼저 거론한다. 물론 중학교 동창인 동갑내기 여자친구도 함께.

“항상 감사해요. 홀로 사고를 치고 싶진 않지만 월드컵에서 골을 넣는다면…. 글쎄, 엄마와 아빠 얼굴이 먼저 떠오르겠죠. 여친에게는 에콰도르 평가전(5월16일)에서 골 넣고 ‘반지키스’세리머니를 해줬잖아요. 또 준비해야죠.”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