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형이 중·고교 시절 축구대회에 출전해 딴 트로피는 그의 부모에게 든든한 힘을 준다. 어머니 곽미경 씨와 아버지 조태식 씨. 인천|임진환 기자|photolim.donga.com
용형아.
축구를 처음 시작하던 때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단다. 다칠까봐, 아플까봐 걱정이 되어 너를 절대로 축구장에 가지 못하게 했었지. 그런데도 말없이 축구를 하던 너의 고집을 도저히 꺾을 수가 없었어.
월드컵 원정길에 오르기 전, 잠시 집에 들렀을 때 너에게 주려고 만들어 놓은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던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어릴 때부터 잔병도 없고 큰 부상을 당하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주어서 엄마는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도 월드컵에 가서는 몸조심해야 해.
지난해 2월, 남아공 예선 이란 전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을 때 엄마는 너무 놀랐지만 마음 놓고 걱정도 못했다. 혹시라도 네가 부담을 느낄까봐 그저 지켜만 봐야했다. 2개월 동안 힘겹게 재활치료를 받고 곧바로 경기에 출전한 너를 보고 후배들은 ‘터미네이터 같다’고 했었지.
엄마도 말은 안 했지만 우리 막내아들이 그렇게 독종일 줄은 몰랐어.
어릴 때부터 우리 아들 기죽지 않게 하려고 회비며 전지훈련비는 절대로 밀리지 않으려고 했었어. 엄마의 마음을 알아줘서 인지 10년 넘도록 운동을 하면서도 엄마 속 한 번 썩이지 않아주어 고맙단다.
사실 대표팀에 뽑히고도 우리 아들이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 엄마의 마음은 조마조마 해. 일본 평가전 명단에서 너의 이름이 빠져 있길래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했다. 하지만 엄마보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너의 마음이 더 무거울 거라는 걸 알고 있어.
그렇게 원하던 월드컵에 나간 아들이 엄마는 무척 자랑스럽다. 이기는 게임도 좋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 네 앞에 있는 건 이번 월드컵 뿐 만이 아니라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는 용형이가 이번 월드컵을 잘 치르고 돌아와 좋은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바람도 있단다. 마음이 고운 아내를 맞아 언제나 축구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렴.
from. 6월 어느날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