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페인에 0-1 패…골 결정력 부족 드러내

입력 2010-06-04 02: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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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한국시간) 새벽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평가전에서 이영표가 공중볼을 따내고 있다.[연합]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을 노리는 허정무호가 이번에도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무적함대’ 스페인에게 패했다.

한국은 4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슈타디온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후반 41분 곤잘레스 나바스에게 중거리슛을 얻어맞아 0-1로 아쉽게 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30일 벨라루스전 0-1 패배 이후 ‘가상 아르헨티나’를 대비해 치른 모의고사에서 패하며 두 경기 연속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한 허 감독은 최전방 꼭지점에 박주영(AS모나코)을 두고 좌우 측면 공격수에 각각 염기훈(울산)과 이청용(볼턴)을 배치시켰다.

공격형 미드필드에 김재성(포항)을 내세운 허 감독은 공격력이 강한 스페인을 대비해 김정우(상무)와 기성용(셀틱)을 ‘더블 볼란테’로 내세웠다.

또 포백(4-back) 수비라인은 이영표(알 힐랄)-이정수(가시마)-조용형(제주)-오범석(울산)으로 구성했고, 골키퍼 장갑은 ‘거미손’ 이운재(수원)에게 맡겼다.

오른쪽 허벅지의 경미한 근육통으로 이틀간 훈련에 합류하지 않았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날 출전 선수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반면 4-1-4-1의 공격적인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스페인은 지난 사우디전에서 뛰었던 주전 멤버를 대거 교체하고 1.5군을 내세웠다. 페르난도 로렌테가 원톱에 서고 그 뒤를 왼쪽부터 후안 마타-이니에스타-파브레가스-곤잘레스 나바스가 받쳤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마르티네즈 하비에르가, 포백 수비는 카프 데빌라-카를로스 마체나-라울 알비올-라모스로 구성됐다. 골문은 주전 골키퍼 카시야스 대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출신의 레이나가 지켰다.

전력에서 앞선 스페인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한국은 허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면서 팽팽하게 맞섰다.

오히려 역습상황에서는 한국이 더 날카로웠다. 전반 13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염기훈이 돌파한 뒤 밀어준 볼을 김정우가 그대로 연결한 논스톱 슈팅이 아쉽게 왼쪽 골포스트를 벗어나고 말았다.

볼 점유율에서 뒤지며 경기를 끌려가자 한국은 포메이션을 4-4-2로 교체했다. 원톱이던 박주영이 염기훈과 함께 투톱으로 전환했고, 공격형 미드필더 김재성이 오른쪽 측면으로, 이청용이 왼쪽 측면으로 이동했다.

한국은 전반 36분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왼쪽 측면을 돌파한 마타가 문전 중앙에 있던 파브레가스에게 볼을 내줬다. 파브레가스는 아무런 수비의 제지 없이 오른발 슛을 날렸고, 이는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위기 뒤 기회’라고 했던가.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득점 찬스를 맞았다. 박주영과 김재성의 콤비플레이가 이뤄지면서 박주영이 스페인 골키퍼 레이나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지만 선방에 막혔다. 뒤를 받치고 있던 이청용이 재차 슈팅을 때렸지만 다시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한국은 김재성을 김남일(톰 톰스크)로 교체했다. 또 골키퍼 장갑도 이운재 대신 정성룡(성남)이 꼈다. 스페인도 골키퍼를 레이나 대신 빅토르 발데스(바르셀로나)로 교체했다.

한국은 후반 초반부터 스페인을 거세게 밀어 부쳤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족을 실감해야 했다. 후반 2분 염기훈이 쇄도하던 박주영에게 올려준 볼을 상대 수비수가 놓쳐 박주영이 다시 좋은 슈팅기회를 얻었지만 빗맞으면서 득점이 무위로 돌아갔다.

한국의 변칙 전술과 강한 압박에 이렇다 할 공격을 하지 못하던 스페인은 후반 13분 이니에스타, 파브레가스, 후안 마타, 요렌테를 빼고 사비 알론소, 사비 에르난데스, 로드리게스 페드로, 다비드 비야 등 주전 멤버를 대거 투입시켜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한국도 후반 21분 염기훈 대신 안정환을 교체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후반 22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이청용의 낮은 크로스를 기성용이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지만 박주영의 머리에 맞고 아웃됐다. 발등에 제대로 맞아 무게가 실린 슈팅이라 박주영의 머리에 맞지 않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계속해서 스페인의 패스게임에 맥을 추지 못했다. 후반 33분에는 다비드 비야가 정성룡과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연출됐지만 수비수가 한 발 앞서 걷어내 위기를 넘겼다.

이후 스페인은 하비에르를 빼고 공격수 다비드 실바를 넣었고, 한국은 오범석 대신 수비수 차두리를 교체 투입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후반 38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 이정수가 높은 타점을 이용해 헤딩슛을 노렸지만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다.

또 2분 뒤에는 오른쪽 측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기성용이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지만 쇄도하던 공격수의 머리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41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나바스에게 허용해 결승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하고 말았다.

인스브루크(오스트리아)=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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