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사진) 감독은 최상의 조건에서도 최악을 찾아내는 스타일이다. 그의 ‘유비무환’ 자세는 10일 삼성전에서 적나라하게 입증됐다. 9회 투아웃까지 2-0 리드. 여기서 볼넷과 우전안타로 노히트 노런이 깨지자 김 감독은 지체 없이 교체를 택했다. 전부터 몸을 풀었고, 9회 시작부터 다시 불펜 투구를 개시한 좌완 이승호를 투입했고, 승부는 김광현의 노히트 노런 정국에서 순식간에 예측불허로 흘러갔다.
홈런 한 방이라면 역전도 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여기서 진갑용은 우전 적시타를 쳤다. 2-1, 그리고 후속타자 강봉규는 볼넷을 얻어 나갔다. 만루. 그러나 이승호는 먼저 투 볼을 주고도 4구째에 박석민을 유격수 플라이로 요리했다. 자칫 노히트 노런 게임이 패배로 흐를 뻔한 상황에서도 김 감독은 제1의 가치로 승리를 추구했고 관철시켰다. 비록 마지막 카운터 펀치가 부족했지만 삼성은 SK의 최대 라이벌로 손색없음을 입증했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