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동주(사진)가 희생번트를 댄 건 1999년 4월 19일 군산 쌍방울전, 단 한 차례였다. 그는 늘 4번 타자였고 번트를 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일 광주 KIA전에서 김동주는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희생번트를 댔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6회 무사 1·2루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이번 광주 3연전에서 타격감이 좋지 않은 그에게 번트사인을 냈다.
팀의 해결사가 번트자세를 취하자 양쪽 덕아웃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김동주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3구째 침착하게 투수 앞 번트를 성공시키며 1사 2·3루를 만든 후 퇴장했다. 팀 최고참 선수의 희생은 단순히 득점찬스를 만든 것에 그치지 않았다. 후배 타자들의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불러왔다. 다음 타자 최준석이 좌익선상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적시2루타를 치며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인 것이 그 증거. 덕분에 두산은 KIA전 2연패를 끊었다.
광주|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