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맥과이어가 홈런 신기록을 써내려갈 때니까 1998년이겠네요. 어렴풋하지만 당시 맥과이어가 퇴장 당했던 -그것도 첫 타석에서- 기억이 납니다. ‘초짜’ 심판은 볼 판정에 항의한 맥과이어를 바로 퇴장시켜버렸죠.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난리가 났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일본에선 좀체 퇴장을 볼 수 없죠. 호시노 전 주니치 감독은 항의하다 심판 갈비뼈를 부러뜨린 적도 있다던데 중징계를 받지 않았답니다. 법치(미국)와 인치(일본)에 방점이 찍히는 양국의 차이는 심판으로 상징되는 사법권·공권력을 바라보는 시각과 겹쳐집니다.
# 인연, 학연, 혈연으로 얽힌 한국프로야구는 퇴장을 가급적 삼가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불문율이 깨지고 있네요. 미국처럼 법치로 이행되는 과도기적 현상일까요? 메이저리그에서 9회 투아웃에서 터진 오심 탓에 퍼펙트게임이 깨진 며칠 뒤 어느 야구인은 사건 자체보다 심판이 울면서 오심을 인정하고, 그 투수를 찾아가 사과한 사실을 새삼 거론하더군요. SK 김성근 감독은 한발 더 나가 “(애매한 포볼로 무너졌던 5월25일) 삼성전 직후 김광현을 2군에 내렸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책임을)물었는데 그쪽(심판)은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겨냥합니다.
# 민주주의 사회에서 컨센서스(합의)를 얻어내려면 견제와 균형이 필수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장치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에서 심판진도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권력화’라는 비판에 속수무책일 테니까요. 게다가 스트라이크존 확대로 심판 재량이 넓어지면서 의심은 커졌습니다. ‘로또존’ ‘랜덤존’이라는 말이 나오고, “심판끼리 담합해서 걸리면 죽인다”는 괴담마저 떠돕니다. 오죽하면 누군가는 “선수회는 뭐하나? 시즌 끝나면 최고심판, 최악심판 한 명 씩 뽑아야 된다. 그 정도 견제장치는 둬야 되지 않는가?”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심판이 권력을 지향한다고 의심받고 있는 정황이 하나고, 오심이 나와도 거의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다른 하나입니다. 심판진은 권위를 외치는데, 현장은 권위주의로 보고 있는 이 괴리가 마찰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