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까지만 하더라도 남아공의 분위기는 썰렁했다. 일부에서는 ‘최악의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걱정어린 시선으로 남아공을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남아공 어느 곳을 가더라도 뜨거운 월드컵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공항은 월드컵 열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각국에서 월드컵을 관람하기 위해 남아공으로 날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여행객, 월드컵 관련 시설, 매장 등으로 요하네스버그 공항은 월드컵공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어느 식당을 가도 ‘월드컵이 시작 되었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축구 유니폼을 입고 서비스를 하는 종업원을 비롯해 월드컵 관련 메뉴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음식점은 월드컵 32개국 출전국 중 몇 개국의 대표 음식을 메뉴에 추가하는 등 외국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현지 TV에서도 24시간 아프리카 대륙 최초로 열리는 월드컵 소식을 전하는데 여념이 없다. 남아공에서는 축구가 흑인들의 운동으로만 알려져 있다. 주로 백인들이 관심을 갖는 종목은 럭비와 크리켓인데 월드컵 기간인지라 24시간 축구만 방송하는 채널이 늘었다. 신문도 매일 첫 면은 남아공 소식으로 장식된다.
길거리에도 월드컵을 위해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신경 쓴 모습이 보인다. 외국인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에 세워진 휴지통도 월드컵 분위기를 냈고, 전봇대에 달린 간판 역시 월드컵과 관련된 문구로 넘쳐나고 있다.
현지 주민들도 월드컵 분위기를 띄우는데 적극 동참하고 있다. 너도나도 남아공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가 하면 남아공 국기가 새겨진 각종 장신구를 달고 다니며 월드컵을 홍보한다. 또 외국인들에게 친절을 베푸는 등 ‘남아공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없애고 있다.
이 열기는 이미 관광도시로 알려진 포트엘리자베스와 케이프타운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외곽지역인 러스텐버그까지 퍼져있다. 러스텐버그의 대형 쇼핑몰에는 월드컵 기념품을 사려고 매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개막 전 ‘과연 개최가 가능할 것이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현재 남아공 현지는 이런 시각들을 극복하고 사상 첫 아프리카 월드컵을 뜨거운 축제로 만들어가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