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남아공-김진회기자의 월드컵동행기] 월드컵서 박지성 찬밥신세?...외신기자 "박지성 잘 모른다"

입력 2010-06-11 00: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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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의 축제’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

한국 대표팀이 하루 휴식을 취한 9일(한국시간). 기자는 잉글랜드 대표팀이 훈련 캠프로 삼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러스텐버그의 로얄 바포켕 스포츠 캠퍼스를 찾았다.

대부분의 한국 취재단은 프리토리아에서 열린 ‘홍명보 장학재단, 하나은행 드림스타디움 개장행사’에 참석했지만 평소 잉글랜드 축구를 즐겨보는 기자에게 이만큼 좋은 기회는 없었다.

이날 9시30분부터 예정되어 있던 훈련이 공개되기 전 훈련장 주변은 잉글랜드 축구스타들을 취재하기 위한 각국의 외신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림잡아도 100여명은 족히 넘었다.

영국 조그마한 신문사인 밀러앤맥클라렌의 에밀리 기자는 “매일 이정도의 취재진이 몰린다. 웨인 루니, 프랭크 램파드 등 스타플레이어 뿐만 아니라 잘생긴 데이비드 베컴도 덤으로 볼 수 있으니 좋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에게 한국기자라면 한 번쯤 물어볼 만한 질문을 던졌다. “한국의 지성 박(Jisung Park)을 아는가?” 돌아온 대답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뛴다는 것만 안다. 그 이외에는 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다소 의외였다. 박지성은 지난 2005년 EPL 명문구단 맨유의 유니폼을 입은 뒤 벌써 다섯 시즌 째 활약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영리한 플레이를 하기로 정평이 나 있고 첼시와 리버풀 등 큰 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리며 올 시즌 후반 맹활약을 펼쳤다.

그가 축구담당 기자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외국기자에게 다가가 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나 프랑스 통신사 AFP의 앵거스 맥킨논에게 돌아온 대답도 비슷했다. “박지성에 대해 잘 모른다. 잉글랜드 대표팀 이야기나 하자.”

훈련이 15분만 공개된 뒤 기자들은 미디어센터로 이동했다. 미디어센터에서도 영국을 비롯해 독일, 스웨덴, 남아공, 베트남 등 수많은 외국기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의 닉 콜린스 리포터 역시 박지성에 대해 묻자 “EPL에서 성공한 선수다. 기량이 많이 향상됐고 맨유에서 뛴다는 것만으로도 박지성은 이미 증명된 선수다”고 말한 뒤 “미안하다. 더 이상 그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사과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취재했다고 반가움을 표한 독일 일간지 빌드 데의 조지 야크 기자도 “박지성은 외국기자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아니다. 특히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월드컵에서는 박지성은 그저 그런 선수일 뿐. 루니, 저메인 데포, 에밀 헤스키와 같은 선수와 동급으로 논하기에는 이름값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TV4 노라 스트란드버그 기자도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라고 들었다. 맨유에서 뛰는 것 자체가 그의 실력을 입증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렇 듯 박지성은 외국기자들에게 관심을 끄는 대상이 아니었다. 특히 별들이 모이는 월드컵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이 중에도 박지성의 진가를 높이 산 기자가 있었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의 션 커스티스 기자와 대화를 나눴다. 커스티스 기자는 “맨유에서 뛴다는 것만으로 박지성은 이미 증명된 선수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유명인사가 됐다. 기능적이고 환상적인 선수다”고 칭찬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한국 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것 같냐’는 질문에는 “3골을 터뜨려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한 명이 박지성의 능력을 극찬했다. 박지성과 같은 팀의 동료인 수비수 리오 퍼디낸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비록 그는 왼쪽 무릎 부상을 당해 보호대를 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지만 기자를 반갑게 맞아줬다.

먼저 인사를 나눈 뒤 박지성에 대해 묻자 “그는 맨유의 일원으로서 아주 중요한 선수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박지성이 월드컵에서 몇 골을 넣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훈련 중이라 이야기해 줄 수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러스텐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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