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는 1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남아공 포트 엘리자베스에서 열리는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를 앞두고 한국 기자와 그리스 기자의 입담 대결을 마련했다. 그리스에서 스포츠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일간지 파파티리티스 스라키스의 야그키니스 야니스 기자를 섭외했다. 그리스 베이스캠프 취재를 담당했던 최용석 기자가 상대로 나섰다.
● 한국과 그리스의 장점
최용석(이하 최): 배틀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야그키니스 야니스(이하 야니스): 재미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최: 한국이 그리스에게 절대 지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은 아시아 최강이고,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빠르고 90분 내내 쉬지 않는 체력을 가졌습니다. 그리스의 최근 평가전을 보면 체력이 약하던데 그런 면에서 한국이 훨씬 더 좋은 경기를 하겠죠.
야니스: 저도 한국 경기를 봤는데 빠르고, 체력이 좋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축구는 체력이 좋다고만 되는 게 아니죠. 그리스는 높이가 유럽에서도 상위 클래스에 있습니다. 북한처럼 한국은 그리스의 높이에 고전하게 될 겁니다.
최: 높이를 대표하는 수비수 모라스가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잖아요. 전력 손실이 매우 클 것 같은데요. 키르기아코스 1명으로는 안 될 겁니다.
야니스: 모르시는 말씀. 모라스가 빠져도 대체 자원이 풍부합니다. 모라스가 없다고 해도 포백이든 스리백이든 다양한 수비전술이 가능합니다. 그리스에는 유럽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한 수비수들이 즐비합니다.
● 공격력
야니스: 한국 경기를 보니까 약점이 확연하게 나오더군요.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좋은 스트라이커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최: AS모나코의 박주영은 ‘원샷 원킬’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결정력이 좋습니다. 이동국은 한 경기에서 2골 이상 넣을 능력을 가졌습니다. 이들 이외에도 월드컵에서만 3골을 넣은 안정환이 뒤를 받치고 있습니다.
야니스: 안정환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물음표 아닙니까. 그리고 박주영과 이동국은 월드컵 경험도 적고 골도 없지요.
최: 그리스는 월드컵에서 골을 넣은 선수가 아예 없지 않나요. 월드컵 출전도 오랜만이니까. 그렇게 보면 그리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야니스: 사마라스, 게카스, 살핑기디스 등 능력 있는 공격수가 많습니다. 이들은 해외에서 뛴 경험도 풍부하고, 유럽에서도 인정받습니다. 그들을 한국 공격수들과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 수비축구
최: 그리스가 수비적인 축구를 하잖아요. 공격수들이 뛰어나다고 해도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야니스: 수비적인 축구가 아니라 수비가 뛰어난 축구입니다. 유로2004에서 우승도 바로 수비 조직력이 뒷받침됐습니다. 그 때와 많은 선수들이 바뀌었지만 그리스의 수비력은 여전히 뛰어납니다.
최: 그런데 많이 느린 것 같습니다. 북한과의 경기에서 정대세를 잘 막지 못했습니다. 북한은 세계무대에서 아직은 약 팀입니다. 그런 팀에 고전했다는 것만 봐도 유로2004 때처럼 수비가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야니스: 평가전은 평가전이죠. 실전에는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보세요.
● 축구열기
최: 참, 그리스는 IMF 지원을 받는 등 경제가 어려워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고 하던데요. 국민들의 응원 열기도 하락했겠습니다.
야니스: 그리스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희망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솔직히 관심도는 많이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을 이기면 축구 열기는 살아날 것입니다.
최: 쉽지 않을 겁니다. 한국이 그리스를 반드시 꺾겠다는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할 것입니다. 그리스 선수들을 압도할 것입니다.
야니스: 우리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한국을 반드시 꺾고,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한국에 꼭 이겨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어 한국전에서 그들이 가진 모든 걸 보여줄 겁니다.
● 기대주
최: 그리스의 기대주는 누굽니까. 한국은 딱히 기대주라고 할만한 선수가 없이 모든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야니스: 카라구니스입니다. 그리스의 주장이면서 전력의 핵심입니다. 유로2004 우승도 경험한 베테랑입니다. 한국은 그를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최: 한국의 김남일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평가전에서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도 막아낸 선수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터프한 수비로 유명합니다.
야니스: 카라구니스는 경험이 많습니다. 유럽에서도 최고의 무대 세리아A에서 뛰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인터 밀란에서요. 많은 선수들을 상대했습니다.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최: 지금까지 말씀 감사했습니다. 행운이 따르길 빌겠습니다만 한국이 이길 겁니다.
야니스: 기회를 놓치지 않는 팀이 이긴다고 봅니다. 기자 배틀 경험해보니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