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윤 대표팀 전력분석관. 스포츠동아 DB
하지만 그리스전 선수들의 움직임에 성이 차지 않는 이가 있었다.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의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 가장 높은 곳에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찍은 김세윤 대표팀 비디오 분석관이다.
김 분석관은 아르헨티나를 꺾기 위해서는 볼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선제골을 넣은 뒤 너무 소극적인 공격을 펼쳤다. 너무 보이는 역습을 펼치다보니 앞서고 있어도 끌려 다니는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짧은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아르헨티나와 대등한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볼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축구 강국들은 높은 볼 점유율 속에서 많은 득점기회를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김 분석관의 분석대로 이날 한국은 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볼 점유율(50%)은 그리스를 압도하지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 국제축구연맹(FIFA)가 제공한 ‘액추얼 포메이션’ 자료에 의하면 총 경기시간 92분18초 동안 볼 소유시간은 41분06초 밖에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리스(41분53초)에게 뒤졌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와 하비에르 마르체라노(리버풀) 등 특급 미드필더들이 1차전 상대팀이었던 나이지리아의 중원을 파괴시키면서 위협적인 장면들을 많이 연출했다.
김 분석관은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한 번에 최전방으로 띄우는 ‘포스트 플레이’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중원부터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를 더 많이 뛰게 하고 득점기회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타깃형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출전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강한 체력을 앞세워 90분 동안 쉼 없이 뛰어 상대를 괴롭혀야 한다. 또 중원에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패스플레이로 아르헨티나 조직력을 흔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분석관은 “현재 대표팀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만큼의 자신감과 잠재력을 지녔다. 조별예선전 때 나타나는 단점만 보완한다면 원정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러스텐버그(남아공)=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