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6년만 불바다 발언…대북 심리전 왜 늦나

입력 2010-06-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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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설치 반발… “무자비한 군사대응” 경고

軍 “北서 1발 쏘면 3발 응사”… 전광판 재검토 등 심리전 신중
북한이 한국군의 확성기 설치와 관련해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서울 불바다’라는 표현이 나온 것은 16년 만이다. 한국군은 천안함 폭침사건 대응조치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주 최전방 지역 11곳에 대북 확성기 설치를 완료했으나 심리전 재개 시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 “서울 불바다” vs “1발 쏘면 3발로”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12일 ‘중대 포고’를 통해 “우리의 단호한 군사적 타격은 결코 역적패당이 떠드는 ‘비례적 원칙’에 따른 1대1의 대응이 아니다. 서울의 불바다까지 내다본 무자비한 군사적 타격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참모부는 “(한국군의) 심리전 수단 설치는 우리(북한)에 대한 직접적인 선전포고”라며 “우리는 이미 전선중부지구사령관이 경고한 대로 전 전선에서 반공화국 심리전 수단들을 흔적도 없이 깨끗이 청산해버리기 위한 전면적 군사적 타격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지난달 24일 “(남한이) 심리전 수단을 새로 설치할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조준격파 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제1차 북핵 위기가 한창이던 1994년 3월 남북 실무대표회담 도중 북한 박영수 단장은 “전쟁이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되고 말 것”이라고 위협했고 이는 남측이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명기하는 계기가 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군사적 타격 위협 이후 전방의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3일 “북한은 확성기를 통한 대북방송을 실제 재개하기 전이라도 도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북한군의 동향 파악을 위해 한미 양국의 정보망을 총가동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은 특히 비례성과 충분성의 원칙 아래 북한이 1발을 쏘면 3발 이상 대응 사격한다는 교전수칙을 마련해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로 했다.

○ 심리전 속도조절, 전략이냐 위축이냐

군 당국은 지난달 24일 대북 심리전 재개 방침을 밝힌 지 3주가 지났지만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 시기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군 당국이 대북 심리전을 실행에 옮긴 것은 FM 라디오방송 송출이 전부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서는 대북 심리전을 놓고 군 당국이 딜레마에 빠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13일 “북한의 불바다 발언이 나왔지만 북한의 블러핑(bluffing·허풍)에 위축될 수는 없다”며 “심리전 시작 시점 역시 심리전의 일부인 만큼 최적의 효과를 낼 타이밍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달라진 기류는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발언에서 확인된다.

김 장관은 11일 국회 천안함 침몰사건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서 대북방송 재개 시기와 관련해 “한국과 미국 모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조치가 끝나고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해서 홀딩(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방에 설치하려던 대형 전광판에 대해서도 “전광판 설치는 대당 13억∼15억 원이 소요되는 등 비용 문제로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일단 유엔 안보리에서 외교적 성과가 나오기를 기다려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호흡 고르기의 이유로 유엔 일정만 있다고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연 30조 원의 국방예산을 쓰는 군 당국이 100억 원 안팎의 비용 문제를 이유로 전광판 심리전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은 아무래도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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