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 “옆구리 조심해! 한국에 당할라”

입력 2010-06-1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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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무시하던 아르헨, 측면수비 강화 등 바짝 긴장

공격 치중서 수비보완 선회
“포백 수비수 변화 가능성”
선수들에게 이례적 휴식 주고
훈련시간도 경기시간에 맞춰
“한국은 우리를 상대로 태권도를 했다.”(디에고 마라도나 감독)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리오넬 메시)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축구에 관한 한 변방일 뿐이었다. 월드컵 2회 우승의 아르헨티나는 영원한 우승 후보다. 한국은 그동안 아르헨티나와 A매치에서 두 번 붙어 모두 졌다. 허정무 감독이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과 선수로서 맞대결을 펼쳤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의 1-3 패배는 뼈아팠다. ‘한국은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12일 한국과 그리스의 B조 조별리그 1차전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17일 한국과 맞붙는 아르헨티나의 훈련 캠프와 선수, 언론 등 여러 분야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젠 한국을 한 수 아래가 아닌 경쟁자로 인정하고 있다.


○ 이례적 휴식에 훈련 일정도 바꿔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30일 남아공에 입성한 뒤 프리토리아에 캠프를 차리고 훈련을 해왔다. 12일 나이지리아와의 첫 경기 전까지는 훈련 시작 시간이 일정했고 쉬는 날이 없었다. 다른 팀들이 이동이나 상황에 맞게 훈련 시간을 바꿨지만 아르헨티나는 항상 오후 4시(현지 시간)를 고수했다.

그러나 한국전을 앞두고 모든 것을 바꾸었다. 14일에는 이례적으로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선수들의 체력 보충을 위한 것. 훈련 시작 시간도 15일부터 한국과의 경기 시간에 맞춰 오후 1시 30분으로 당겼다. 경기 전날 훈련 장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해준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이 아닌 훈련 캠프. 한국과의 대결 장소인 사커시티 스타디움 대신 훈련 캠프를 쓸 수 있도록 FIFA에 간청해 허락을 받았다. 그만큼 한국전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아르헨티나는 경기장이 아닌 곳에서 훈련을 해야 승리한다는 전통적인 믿음이 있다.


○ 공격 위주에서 수비 위주 전술로

마라도나 감독은 한국전에서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사용한 전형을 바꿀 예정이다. 14일 공개훈련 미니게임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선 니콜라스 부르디소에게 다가가 직접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부르디소는 15일 주전 선수들이 제외된 공개훈련에 불참하며 주전 투입 가능성을 높였다.

아르헨티나 언론들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때 들고 나온 4-4-2, 4-3-3 변칙 전형 대신 수비에 치중한 4-3-1-2 전형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르면 좌우 풀백에 가브리엘 에인세와 부르디소, 중앙 수비에 마르틴 데미첼리스와 왈테르 사무엘, 미드필드에 후안 베론과 호나스 구티에레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를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종합해 보면 스피드가 뛰어난 한국에 대비해 측면 수비 강화에 집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 아르헨티나 언론-선수, 한국 인정

아르헨티나 취재진은 한국과 그리스와의 경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 취재진을 만나도 한국에 대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경쟁자로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이 2-0으로 그리스를 격파하자 아르헨티나 취재진의 태도가 달라졌다. 그들은 “한국의 어느 선수가 가장 위협적이냐”, “한국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냐” 등 질문을 퍼부었다.

이들 취재진은 “아르헨티나 선수와 관계자들도 한국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남아공에 오기 전에 정보를 얻을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비디오를 구하고 전력분석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은 어느새 아르헨티나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프리토리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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