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월드컵]“北대표팀 베일 속 생활을 벗겨라” 中언론 호텔 잠입취재

입력 2010-06-1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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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1층 2인1실 쓰며 평범한 양식 먹어”

[정대세 블로그에는]
해외전훈때 유료화장실 보고
선수들 “이게 자본주의” 불평
우리팀 건강 근원은 물김치
안개에 가려진 북한 월드컵대표팀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생활이 중국 언론과 외신에 일부 공개됐다. 중국 광저우(廣州)일보와 장난(江南)도시보 기자는 최근 요하네스버그에서 20여 km 떨어져 있는 4성급 프리테아호텔에서 묵고 있는 북한 대표팀을 잠입 취재했다. 북한 대표팀은 9일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다.

북한 대표팀은 지하 1층 2인 1실의 비좁은 객실에서 잠을 자면서 호텔이 제공하는 서양식 요리를 먹고 있었다. 대표팀이 쓰는 객실은 모두 20개. 호텔비는 각 방마다 1박에 1900랜드로 250달러 안팎이며 투숙 기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라고 한다. 또 방 안에는 개인 물건이 별로 없었다.

호텔 내 분위기는 비교적 자유로웠다. 광저우일보 기자는 선수 객실을 둘러보다 기자 신분을 감추고 북한의 간판선수이자 ‘인민 루니’라는 애칭을 가진 정대세(26·가와사키)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기자에게 “우리는 이길 겁니다”라며 “사람들이 브라질이 아주 강하다는 것만 알지 우리 팀이 얼마나 강한지는 전혀 모르고 있다”고 자랑했다. 기자가 “외신에 보도된 대로 북한 팀이 반드시 16강에 올라간다고 말했느냐”고 묻자 정 선수는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 여기까지 왔으니 어떤 사람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을 뿐이다. 16강 진출은 경기 상황과 운에 달렸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팀이 요리사를 데려왔는지, 선수들의 주식이 김치인지에 대해서는 언론마다 차이를 보였다.

우선 중국 언론은 ‘북한 대표팀이 평양에서 직접 가지고 온 음식을 먹는다’는 일부 외신의 소개와는 달리 실제로는 평범한 서양식 식사를 먹는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바나나 1개와 요구르트 1개를 들고 식당을 벗어났다는 것. 또 호텔 종업원의 말을 인용해 “북한 팀은 주방장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를 인용해 “북한이 데려간 요리사가 브라질과의 일전을 앞두고 사기 진작을 위해 비장의 무기인 ‘떡(rice cake)’을 만들었다”며 “대표선수들은 고향에서 먹던 맛을 음미하며 힘을 내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정대세도 7일 일본어로 된 자신의 블로그(ameblo.jp/jongtaese9/)에서 “합숙 기간 동안 우리 식탁에 반드시 오르는 반찬이 있다”며 “바로 물김치”라고 전했다. 그는 물김치를 ‘조선대표 건강의 근원’이라고 적었다.



앞서 정대세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 대표팀이 스위스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하던 중 겪은 일화를 적어 놓았다. 그는 “휴게소에서 급하게 화장실로 몰려갔는데 유료라는 사실을 알고 흥분하며 ‘이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라고 불평하던 동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북한 대표팀은 결국 유료화장실을 쓰지 않고 밖에 있던 간이화장실을 이용했다고 한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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