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박슬기의 좌충우돌 ‘뮤지컬 넌센스’

입력 2010-06-22 13: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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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수녀들이 위기에 빠진 수녀원을 위해 모금 공연을 한다는 콘셉트의 유쾌한 뮤지컬 ‘넌센스’.

“그거, 아직도 하고 있어?”싶은 1순위 뮤지컬이다. 그 만큼 장기공연을 하고 있고 오래, 널리 사랑받고 있다.

‘넌센스’를 마지막으로 본 지 10년도 더 됐다. 한 번 본 공연은 좀처럼 발걸음이 가지 않는 법인데, 어쩐 일인지 이번에 또 한 번 보게 됐다.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이미지가 여전한 박슬기는 ‘넌센스’에서 엠네지아 수녀 역을 맡았다. 상당히 독특한 배역으로, 십자가에 머리를 맞아 기억을 상실한 인물이다.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극 종반에 가서는 기억을 되찾게 되고, 알고 보니 복권 1등 당첨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녀원의 자금난을 ‘한 방’에 해결하게 된다. 꽤 만화같은 설정이지만 어차피 코믹극의 설정이니 크게 웃어주면 그만이다.

박슬기의 연기는 시트콤의 감각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구석구석 빛난다. 특히 원장 수녀를 닮은 인형을 손에 끼고 보여 준 복화술 연기는 탄복할 만한 수준. 이 한 장면으로 박슬기는 ‘밥값’을 다 했다 싶을 정도다.

노래 역시 상당한 솜씨. “박슬기 노래가 이 정도였나”싶은데, 생각해 보니 그녀는 모창이 장기인 연예인이다. 즉, 박슬기 가창력의 8할은 모창 덕분이라는 얘기.

수녀원의 2인자인 허버트 수녀 역의 이혜진도 눈에 띈다. 언뜻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보이지만 배우들의 각개전투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중심을 꽉 쥐고 있다.

가창력 또한 뛰어나 다섯 배우 중 가장 풍성한 성량을 지녔다. 합창에서 쭉쭉 뻗어나가는 고음역은 이혜진의 몫이다.

다른 수녀들의 대타 역으로 늘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로버트앤 역의 박수화, 귀여운 막내 예비수녀로 뛰어난 발레 실력을 과시한 레오 역 김보현의 연기는 극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촉촉한 유머를 선사했다.

유일한 베테랑 배우 박정희 역시 풍부한 연륜으로 넉살 좋은 원장 수녀 역을 충실히 완수했다.

극 중 박슬기 배우와는 딱 한 번 눈이 마주쳤다. 공연 날 오전, 박슬기는 기자에게 트위터로 “컨디션이 최악으로 목이 잔뜩 쉬었다”라고 푸념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건 말짱 거짓말이었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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