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둔 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파부침주((破釜沈舟)의 마음으로 나이지리아전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사생결단의 자세로 배수의 진을 치고 나이지리아전을 치르겠다는 다짐이 흠씬 묻어난다. 허 감독이 태극호의 지휘봉을 다시 잡아 숨 가쁘게 달려온 지 2년 7개월이 지났다. 허 감독의 말하는 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는 직설적이고 날카로웠다면 이제는 솔직담백하면서도 짧고 강렬한 단어를 주로 구사한다. 허 감독의 말을 되돌아봤다.
○“남은 축구인생을 다 걸겠다.”(2007년 12월 7일 취임 인터뷰)
사실 허 감독 선임은 최선책이 아닌 차선책이었다. 축구협회는 두 명의 외국인 감독 의사를 타진했다가 실패했고 국내 감독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면서 허 감독이 낙점됐다. 국내 감독으로는 7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는 부담감과 각오가 드러난다.
○“박지성도 뺄 수 있다.”(2008년 5월 말. 요르단과의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그해 3월 북한과의 원정 경기에서 장거리 비행으로 채 여독이 풀리지 않은 박지성과 이영표, 설기현 등을 투입했다가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은 것을 의식한 듯. 박지성에게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가 아닌 대표팀에 맞춰갈 수 있어야 한다”고 팀플레이를 강조했다.
○“월드컵에서 대형사고 치고 싶다.”(2009년 9월 16일 인터뷰)
86년 선수, 90년 트레이너, 94년 코치로 월드컵에 참가했는데 한 번도 후회 없는 경기를 펼쳐본 적이 없다고 털어놓으며.
○“호시탐탐 호시우보의 마음가짐으로.”(2010년 1월 신년사)
월드컵의 해, 허 감독은 호랑이가 먹이를 노릴 때처럼 최선의 노력을 다하되 소처럼 우직하게 목표를 향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상대국에 대한 철저한 정보수집, 과학의 힘을 빈 세부적인 계획 등 완벽한 준비를 강조한 말이다.
더반(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