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심!…심판, 당신이 레드카드야!

입력 2010-06-2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월드컵 중간점검 해보니

2010남아공월드컵이 반환점을 돌았다. 전체 64경기(16강 이상 토너먼트 포함) 가운데 절반 이상을 소화했다. 48경기가 치러지는 각 조별리그는 2라운드까지 모두 마쳤다. 16강 티켓의 주인공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남아공월드컵을 중간결산 해본다.


○유독 잦은 오심 논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보면 이번 대회는 ‘오심 월드컵’이라 불릴만하다. 경기 후 끊임없이 오심 여부가 화두가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득점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장면들이라 논란이 더 크다.

대표적인 게 G조 브라질-코트디부아르의 조별리그 2차전. 후반 5분 브라질 공격수 루이스 파비아누는 두 차례나 손을 쓰고 골을 터뜨렸지만 심판은 이를 한 차례도 지적하지 못했다. 1-0에서 2-0으로 달아나는 쐐기 골이었다.

미국 역시 피해자다. 슬로베니아와의 2차전에서 2-2로 맞선 후반 41분 모리스 에두가 역전골을 넣었지만 말리 출신의 코만 쿨리발리 주심은 에두의 반칙을 선언하며 득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파울이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는 선수들에게 쿨리발리 주심은 “심판이 선수들에게 판정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방송 중계 화면 상 명백한 오심이었다. AP통신은 경기 후 “승부를 가른 것은 심판이다. 남아공월드컵에서도 희대의 오심이 나왔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는 큰 혜택을 봤다. 나이지리아와의 1차전 결승골 상황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위원회는 “에인세가 헤딩슛을 시도하기 전에 아르헨티나 공격진이 파울을 범한 것을 밝혀냈다”고 인정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나온 이과인의 세 번째 골도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나왔다.

호세 마르시아 가르시아 아란다 FIFA 심판위원장은 22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몇 가지 판정은 옳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실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판정에 대해서는 아주 만족스럽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심판위원장이 이례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 것 자체가 FIFA 역시 판정에 분명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키퍼 수난

각국 골키퍼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다.

스타트는 잉글랜드 골키퍼 그린이 끊었다. 미국과의 1차전에서 어처구니 없는 미스로 볼을 빠뜨리며 한 골을 헌납했다. 그린은 알제리와의 2차전에서 결국 필드에 서지 못했다.

알제리 골키퍼 파우지 샤우시도 슬로베니아 전에서 상대 중거리 슛의 궤적을 잘못 판단해 실점을 허용했다. 쳐냈으면 무난하게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공을 잡으려고 한 것이 실수였다.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역시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으로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했다.

특히 평소 잡을 수 있는 볼이 손에 맞고 흘러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쳐내면 골문 앞에 있는 공격수에게 재차 슛을 허용할 위험이 있고 이런 방식으로도 지금까지 많은 골이 터졌다.

사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골키퍼 수난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고지대에 위치한 경기장이 많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번 월드컵의 새로운 공인구로 사용되고 있는 자블라니의 영향이다. 자블라니는 공의 반발력과 스피드를 극대화시키는 바람에 움직임이 불규칙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 부폰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그린의 실수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린과의 유대감을 전하고픈 마음이다. 내게는 그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골 가뭄과 유럽강호 부진


골키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그만큼 많은 골이 나와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 각 조별로 2차전까지 모두 끝마친 가운데 32경기에서 67골이 터졌다. 경기 당 2.09골로 2006독일월드컵 조별라운드 2.43골(48경기 117골), 2002한일월드컵 2.7골(48경기 130골)보다 크게 줄었다. 포르투갈이 북한과의 2차전에서 7골을 작렬하며 골 세례를 퍼부었는데도 이 정도다.

골 가뭄 현상은 독일, 잉글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의 강호들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독일의 클로제는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골을 기록했지만 세르비아와의 2차전에서 퇴장 당해 앞으로 두 경기나 출전할 수 없다. 독일은 세르비아에 패하며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스페인의 페르난도 토레스와 프랑스 앙리도 아직 골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스페인은 온두라스와의 2차전에서 다비드 비야가 2골을 몰아치며 1차전 스위스전 패배의 자존심을 회복했지만 프랑스는 점점 더 난국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과 비교해 남미 국가들은 비교적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은 2승으로16강 진출을 이미 확정했고 아르헨티나(2승)와 우루과이(1승1무)도 큰 이변이 없는 한 16강행이 유력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골잡이인 아르헨티나 곤살로 이과인(3골)과 브라질 루이스 파비아누, 우루과이 디에고 포를란(이상 2골)이 벌이는 득점왕 경쟁도 흥미롭다. 반면,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꼽혔던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가 아직 득점이 없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더반(남아공)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