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지성 “주장 자리 정말 부담 느꼈었다”

입력 2010-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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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의 쾌거를 이룬 축구국가대표팀이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청용과 박지성이 미소를 짓고 있다. 인천공항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월드컵이 얼마나 크고 부담이 있는 대회인지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알았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주장 박지성 등 선수 21명(차두리와 김남일 제외)으로 구성된 한국대표팀이 38일간의 긴 여정을 끝내고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은 자랑스러운 영웅들을 직접 보기 위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민대축제에도 수많은 팬들이 찾아 축제를 함께 했다.

박지성은 귀국 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해단식 겸 공식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를 마친 소회를 털어놨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남아공까지 3차례 월드컵에 출전한 그는 주장을 맡은 이번 대회에 대해 “주장으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특유의 솔직담백한 어투로 질문에 답한 박지성은 “2002년에는 팀의 막내였고 외국이 아닌 한국에서 열려 월드컵의 중요성이나 얼마나 큰 대회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다만 형들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 남아공월드컵으로 월드컵이라는 대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지성은 남아공월드컵에서 겪은 부담감도 숨기지 않았다. 주장이란 책임은 그에게 부담감을 더해줬다.

박지성은 기자회견 도중 ‘부담’이란 단어를 자주 쓰면서도 “내가 갖고 있던 부담감은 이전의 대표팀 주장들도 갖고 있던 부담감이라고 생각한다. 형들이 잘 수행했듯이 나도 잘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부담감을 극복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박지성은 주장으로 동료 선수들을 어떤 방법으로 독려했냐는 질문에도 “특별히 한 말은 없었다. 다들 프로 선수들이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즐기면서 하자는 것 외엔 할 말이 없었다”고 답했다.

직설적이고 명료한 박지성의 어법은 기자회견에서 자주 등장했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 가능성에 대해 “현재 4년 뒤 월드컵은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대표팀 앞에 놓인 건 아시안컵이다”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또 결혼 계획을 묻자 당황한 듯 웃은 뒤 곧바로 “좋은 여성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겠다”고 짧게 답해 기자회견장에 웃음을 던졌다. 박지성은 30여 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주위 선수들과 담소를 나누는 여유도 보였다. 옆에 앉은 이영표나 뒤에 있던 이청용이 질문을 받자 잘 하라는 듯 눈웃음을 건네기도 했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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