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탈을 쓴 늑대같은 게이밍 컴퓨터 - 아수스 G73J

입력 2010-07-01 17: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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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만 노트북이지 휴대성은 거의 없다. 4Kg에 가까운 육중한 몸집과 17인치 LCD 모니터만 보더라도 일반적인 노트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평소에 가지고 다니기는 쉽지 않으나(강철 체력 필요), 그때그때 자리 옮겨 가며 사용할 만은 하다(참고로 웬만한 백팩에도 잘 들어가지 않으나, 제품 패키지에 전용 백팩이 제공된다).
아수스 G73J(17인치)와 TG삼보컴퓨터 에버라텍 버디(11.6인치)

아수스 G73J(17인치)와 TG삼보컴퓨터 에버라텍 버디(11.6인치)


모양만 노트북이지 성능은 웬만한 데스크탑을 능가한다. 인텔의 노트북 프로세서 중 최상위 계열인 코어 i7, 그 중에서도 두 번째 등급인 820QM 프로세서와 역시 최상위 그래픽 칩셋인 ATi 라데온 HD 5850(비디오 메모리 1GB)를 장착했다. 여기에 시스템 메모리는 무려 8GB. 하드디스크도 1TB(1,024GB)다. 노트북으로서 가히 놀랄 만한 사양이다.
인텔 코어 i7 820QM, MS 윈도우7 64비트, ATi 라데온 HD5870, 크리에이티브 EAX 음향 효과 적용.

인텔 코어 i7 820QM, MS 윈도우7 64비트, ATi 라데온 HD5870, 크리에이티브 EAX 음향 효과 적용.


노트북이라는 탈을 쓴 맹수급 노트북, 아수스의 G7J3의 커버를 연지 5분 만에 확인한 내용이다. 이 정도 사양이니 일반적인 용도는 아닐 테고(물론 일반 용도로 못 사용할 건 없지만), 게이밍 전용 노트북임이 틀림 없다. 이름하여 ‘Republic of Gamers’, 즉 ‘게이머 공화국’이다.

게이밍 노트북이니 다른 내용은 큰 의미 없다. 게임만 무작정 돌려 보면서 성능을 확인하면 된다. 그래도 외형적 특징이 몇 가지 있으니 간단히 짚고 넘어간다.


비싼 티 팍팍 나는 외형 및 옵션

역시 괜히 비싼 게 아니다. 커버, 내부 등 제품 전체가 무광택 스웨이드 재질로 덮여 한 눈에도 고급스러움이 보인다. 구석구석 꼼꼼히, 제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완성도도 높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컴퓨터 게임이라는 컨셉에 맞게 메카닉 풍의 스타일을 적용했다. LCD는 최대로 젖힌 후 상판 키보드와 바닥면이 약 5도 정도의 각도를 유지하도록 하여 타이핑이나 게임 플레이에 유용하도록 했다.



17인치 크기다 보니 키보드는 숫자 패드까지 겸비했다. 숫자 패드 키는 좀 작지만 사용하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노트북의 키 배열에서 항상 먼저 확인하는 부분이 오른쪽 시프트 키의 길이와 Fn키의 위치다. 오른쪽 시프트는 약 2cm 정도로 길지도 짧지도 않다. 다만 한글 타이핑 시 별다른 불편은 없었다. Fn키는 왼쪽에만 있고, 왼쪽부터 컨트롤 키 - Fn키 - 윈도우 키 배열이다(이 배열이 게임 플레이 시 컨트롤 키 사용에 불편함 없다).


키 타이핑 감은 상당히 부드럽고 조용하다. (개인적인 느낌이겠지만) 노트북 키감 치고는 매우 만족스럽다. 전체 키 구성은 일반 15인치 이상 노트북에 크게 다른 점은 없지만, 키보드 아래 은은한 백색 LED가 들어온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약간 어두운 곳에서는 생각보다 밝게 발광되어 나름 괜찮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Fn키와 F3, F4키 조합으로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데, 왜 조절해야 하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어두운 곳에서는 더욱 은은하게 발광된다.

어두운 곳에서는 더욱 은은하게 발광된다.


어찌 됐든 외형은 노트북이니 각종 포트도 달린 건 다 달렸다. USB 포트 4개, 고해상도 영상 출력을 위한 HDMI 단자 1개, 빔프로젝터나 모니터 연결하는 D-Sub 단자, ‘블루레이’ 되는 ODD, 메모리 리더 슬롯 등이 본체 좌우로 배치돼 있다. 자세한 사양은 ‘스펙프리뷰’를 참고토록 한다.


다만 요즘 웬만한 노트북이라면 제공되는 e-SATA 포트는 없다. USB보다 전송속도가 월등히 빨라 외장 디스크 연결로 자주 사용되는데, 아직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없으니 좀 허전하다(사실 있어도 거의 사용 안하지만).

또 하나 독특한 점은 발열구 위치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보통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발열구를 뚫어 놓는데, G73J는 마치 자동차 배기구처럼 뒤쪽으로 배치시켰다. 물론 덩치가 원채 크니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발열구가 뒤로 있다는 점은 사소하지만 설계자의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흡사 슈퍼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의 뒷태를 보는 듯하다.

흡사 슈퍼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의 뒷태를 보는 듯하다.


여담으로, 고급 노트북에 걸맞게 특수한 사운드 효과도 추가됐다. 컴퓨터용 사운드카드의 전설인 ‘사운드 블라스터’의 EAX(Environmental Audio Extension) 음향 효과가 적용됐는데, 사실 일반적인 공간 음향 효과(예, 극장, 오페라 홀 등)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도 전반적인 사운드 품질이나 출력은 썩 괜찮은 수준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기본 성능


자, 외형이나 디자인은 이 정도면 됐다. 어차피 이 제품이 디자인으로 승부할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제 G73J가 뿜어내는 게임 성능을 체험해 보도록 한다.



먼저 일반적인 성능 측정 프로그램인 ‘Performance Test’를 통해 액면 성능을 가늠해 본다. G73J는 메모리가 8GB가 윈도우 7 홈 프리미엄 64비트 에디션이 설치됐다. 똑 같은 사양이라도 64비트 윈도우에서 측정한 결과가 32비트 보다 약간 높다(단 프로그램 호환성이 아무래도 32비트보다 제한적이다).


측정한 결과는 1,523점. 이전 타 노트북 리뷰의 결과와 비교해 보자. 센트리노2(코어2 듀오급)가 약 700점 대, 코어 i7 제품(720QM, 메모리 4GB, 라데온 HD 4570)이 약 850점 대임을 감안하면, G73J는 거의 2배에 해당하는 성능 결과를 보여준 셈이다. 참고로 데스크탑용 CPU인 코어 i7 940에 메모리 4GB, 지포스 9600GT 등을 장착한 시스템의 측정 결과가 1,800점 대였으니, G73J의 성능이 가히 웬만한 데스크탑에 버금가는 정도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체감하는 G73J의 성능은 결과 수치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일반적인 작업은 두말 할 필요 없고, 동영상 작업(편집, 인코딩) 등과 같이 높은 성능이 필요한 작업도 만족스러울 정도의 결과를 보여줬다. CPU, 메모리, 그래픽 칩셋 모두 최상위 사양 제품이 적용됐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참고로 G73J는 500GB 하드디스크가 2개 장착돼 있다. 따라서 이 두 개 디스크를 RAID0 볼륨(1TB 단일 드라이브)으로 묶어 사용한다면, 지금보다 현저히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AID 디스크 구성

(바퀴벌레 제거제 이름과 똑같은) RAID는 쉽게 말해, 여러 개의 디스크를 하나로 묶어 안정성을 강화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키는 디스크 구성 기술이다. RAID는 구성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는데, 주로 RAID0, RAID1, RAID5, RAID0+1 등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G73J는 500GB 하드디스크가 두 개 있으니(예. C:\, D:\), 이를 RAID0로 묶어 구성하면 1TB짜리 하나의 드라이브(예. C:\)로 인식된다.

RAID0 구성에서는 데이터 입력, 출력 작업이 각 디스크에 분산 처리되기 때문에 속도가 일반 하드디스크보다 월등히 빠르다. 이 때문에 빠른 디스크 속도가 필요한 환경(주로 서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외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오픈스터디를 참고한다.


지금부터는 고사양 게임이라고 자처하는 온라인 또는 패키지 게임을 선별하여 직접 플레이해본다. 성능 측정을 위해 초당 프레임 수를 표시하는 ‘FRAPS’를 실행한 뒤 각 게임 별로 약 1시간 이상 테스트하고 평균 프레임 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그래픽 화질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평가했다. 게임 내 그래픽 옵션은 모두 ‘자동 또는 최적 옵션’으로 설정했으며, 필요에 따라 해상도만 조절했다.

다만 G73J에는 64비트 윈도우7이 설치되어 있어 특정 게임이 설치 또는 실행이 불가능하기도 했다(GTA4, 오더오브워 등이 대표적이다).


1. 콜오브듀티 - 모던워페어2 (Call of Duty - Modern Warfare2)



컴퓨터 게임을 넘어서 한편의 전쟁영화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그래픽으로 유명한 전쟁 액션 게임이다. 그런 만큼 높은 사양이 요구되며, 컴퓨터 성능 측정 시 많이들 테스트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스크린샷에서도 보듯, 1시간 이상 플레이하는 동안(이 게임은 한번 잡으면 쉽게 땔 수가 없다) 최대 150프레임, 최소 80프레임 사이를 유지하며 완벽한 플레이 성능을 보여줬다(해상도는 1,280x720).

실행 속도, 그래픽 품질, 사운드까지, ‘게이밍 노트북’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2. NBA 2K9



농구 게임을 좋아하는 사용자라면 한번쯤은 돌려 봤을 게임이다. 사실적인 움직임과 섬세한 표현으로, EA스포츠의 NBA Live 시리즈 게임을 능가하는 호평을 받고 있다. 친선 경기 5게임(LA 레이커스Vs.보스턴 셀틱스)을 진행하는 동안 줄곧 100프레임 이상을 기록할 만큼 훌륭한 결과를 나타냈다. 사실 이 정도라면 1시간이 아니라 10분만 테스트해 봐도 G73J의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3. 레프트4데드2 (Left4Dead2)



스트레스 해소용 좀비 슈팅 게임인 레프트4데드2는 좀비 소탕이긴 하지만 잔인한 장면이 상당히 많다. 이젠 이런 장르의 게임을 30분 이상 지속하면 멀미가 생긴다(나이를 먹었긴 먹었나 보다). 이 게임은 비디오 설정을 약간 조정해야 했다. 해상도는 최대인 1,920x1,080(16:9 비율)로 설정했고, 그래픽 품질 옵션도 모두 ‘Very High’로 맞췄다.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무난하고 호쾌하다. 다소 살벌하긴 하지만 플레이 내내 90프레임 이상을 상회하며 피 튀는 살육의 현장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4. 크라이시스 - 워헤드 (Crysis - Warhead)



고사양 게임의 교과서적인 게임이다. 따라서 이 게임이 무난하게 돌아간다면 남들에게 자신있게 자랑할 만한 사양을 갖췄음을 뜻한다. 북한이 적대국으로 등장한다는 게 좀 씁쓸하지만, 여기서는 이념과 사상을 넘어선 게임 테스트만 목적으로 하겠다. 그래픽 옵션은 ‘설정 최적화’ 버튼을 누르니, 1,280x1,024 해상도에 그래픽 품질은 모두 ‘높음’으로 설정됐다.

크라이시스는 몇 번을 플레이해 봐도 그래픽 정말 환상적이란 생각을 갖게 한다. G73J도 그 환상적인 그래픽을 제대로 표현하면서 줄곧 30 프레임 내외를 기록했다. 다만 역시 고사양 게임답게 격렬한 전투 장면에서는 20 프레임 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2시간 동안 게임을 즐기는 데는 큰 문제 없었다. 크라이시스를 이 정도로 돌릴 정도니 과연 게이밍 노트북이라 칭할 만 하다.


5. 페르시아 왕자 - 망각의 모래 (Princess of Persia - Forgotten Sand)



얼마 전 개봉한 ‘페르시아 왕자-시간의 모래’를 모티브로 한 컴퓨터 게임이다. 부제가 ‘망각의 모래’로 바뀌었기는 하지만 기본 스토리나 골자는 동일하다. 과거 486 컴퓨터에서 즐기던 그 ‘페르시아 왕자’의 최신 버전이다. 게임은 좀 단조로운데(난이도를 ‘쉬움’으로 설정해서 인가) 그래픽 품질은 매우 뛰어나다. 물론 G73J는 이 게임 역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능숙하게 처리해 줬다. 탐험 장면에서는 평균 80프레임 이상, 전투 장면에서는 평균 70프레임 내외를 상회했다. 더 이상 테스트가 무의미하다(사실 게임도 별 재미 없기도 하거니와. 아니, 이 왕자는 유전자 거미에 물렀나 왜 이리 벽을 잘 타).
이상의 게임 테스트로 G73J의 기본 성능을 확인했다. 기대한 만큼 그에 어긋나지 않는 충분한 결과를 보여줬고, ‘게이밍 노트북’이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게임뿐 아니라 고해상도 동영상을 재생해 봐도 17인치 와이드 LCD 모니터에 아주 선명하고 깨끗하게 출력됐다. 흔히 말하는 멀티태스킹(다중 작업)은 굳이 테스트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인텔 코어 i7 820QM 프로세서, ATi 라데온 HD 5870 그래픽 카드, 메모리 8GB, 하드디스크 1TB... 노트북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고급 사양이다. 그만큼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음도 확인했다. 육중한 체격에서 뿜어내는 폭발적인 성능이 감탄을 금할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게임을 좋아하는 게임 매니아가 약 250만원 정도를 주고 과연 이걸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긴 한다.


지금까지 리뷰하면서 딱 한가지 ‘옥의 티’를 발견했다. 키보드 입력 문제인데, 타이핑 감도 좋고 정숙한 것까지는 만족스러운데, 여러 가지 게임을 테스트하다 보니 키 동시 입력 시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게임뿐 아니라 고속 타이핑 시에도 한두 키가 간간히 제대로 입력되지 않기도 했다. 원래 그런 것인지, 리뷰 제품만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티’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이밍 전용 마우스와 헤드셋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게이밍 전용 마우스와 헤드셋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리뷰를 마치면서, 개인적으로 이러한 프리미엄급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또 그만큼 판매도 원활해 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TV나 냉장고 등의 가전제품은 수백 만원이 호가해도 덜컥덜컥 잘도 사면서, (그보다 훨씬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컴퓨터에는 왜들 그렇게 인색한지 모르겠다. 가전제품은 한번 사면 10년 가까이 사용하기 때문이라 반문하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아수스 G73J도 한번 사면 5년 이상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없는 형편에 무리하게 살 필요는 없지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이런 프리미엄 노트북은 (일생에) 한번 질러줘도 괜찮겠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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