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맨’ 이대호(오른쪽)가 올 시즌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번째 트리플크라운 달성’이라는 기록에 도전한다. 스포츠동아DB
두번째 타격 3관왕 도전 롯데 이대호
롯데 이대호가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트리플 크라운에 도전한다. 국내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타자는 1984년
이만수(SK 2군감독)와 이대호 단 두명 뿐이다. 올해 이대호가 또 한번 홈런,타율,타점 3관왕에 오른다면 역사에 길이남을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다. 이대호는 지난주까지 타율 0. 365, 26홈런, 80타점을 기록하며 타율과 홈런 1위, 타점은 2위에
올라있다. 그는 “올시즌 너무 페이스가 좋다”며 남은 50경기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타격 3관왕은 말그대로 꿈의
기록이다. 최고의 콘택트 능력과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힘, 그리고 해결사 본능을 갖춘 타자라야만 가능하다. 생애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에 도전하는 이대호가 있어 올해 프로야구는 더욱 더 흥미진진하다.타율 홈런 1위…타점도 선두 바짝 추격
콘택트 능력+힘+해결사 본능 모두 갖춰
○2006년 트리플크라운! 기쁨, 서운함, 재도전
프로에 입단한뒤 가장 기뻤을 때는 2006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순간이다. 타율 0.336, 26홈런, 88타점으로 삼성 이만수 이후 22년만에 대기록을 수립했다. 데뷔 6년만에 프로야구 최고타자가 된 기분은 말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홈런왕과 수위타자를 한꺼번에 해냈다는 성취감도 컸다. 그러나 주변의 시선은 기록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30홈런도 못쳤고 100타점도 아닌데 트리플 크라운은 운이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최선을 다해서 3관왕이 됐는데 평가절하되는 것 같아 많이 서운했다. “그때 한 번 더 기회가 온다면 최고의 기록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재현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죠.” 기다렸던 기회가 4년만에 찾아왔다. 타율과 홈런 1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슬럼프가 없어야 한다. 무서운 기세로 타점을 쓸어담고 있는 팀선배 홍성흔을 따라잡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솔직히 3관왕 욕심이 납니다. 그러나 아직 50경기가 남았고 여름이니까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죠.” 이대호는 올시즌 자신의 최고타율과 최다홈런,최다타점을 모두 갈아치울 게 확실하다. 그는 자신의 한계치에 도전하는 즐거움이 크다고 했다. 자신이 과연 몇개의 홈런과 타점을 기록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고 그래서 더욱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이대호의 마음은 바로 많은 팬들의 마음이다.
○최고의 꿈은 한국시리즈 우승
트리플 크라운보다 이대호가 더 바라는 것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야구를 하면서 많은 상을 받았고 국제대회에서 수상도 했다며 마지막 남은 것은 우승이라고 했다. 타격 3관왕과 올스타전 MVP를 차지했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WBC 은메달, 도하 아시안게임 동메달까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그의 꿈은 홈런왕과 3할타자, 그리고 우승이었다. “꿈꿔왔던 것 이상으로 많은 성적을 냈죠. 한국시리즈 우승만 빼고요….” 우승만 할 수 있다면 개인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는 일단 3년연속 4강에 가는 게 먼저죠. 그것만으로도 롯데 최초의 일이니까요.”
○대호! 타격훈련하지 마
5월 중순 사직경기를 마치고 특타를 하기 위해 실내연습장으로 가다가 로이스터 감독을 만났다. “대호 어디가나?” “밸런스가 안좋아서 타격훈련 좀 하려고 합니다.” “대호, 훈련 하지마!” “예?” “가벼운 웨이트 트레이닝 하고 일찍 가서 쉬어.” 왜 훈련을 못하게 하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안좋은 밸런스를 가지고 훈련하면 역효과가 올 수 있다는 게 감독님의 생각이셨죠.”부진에 빠질 경우 좋았을 때의 비디오를 보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조하는 게 로이스터 감독이다. 이대호는 로이스터 감독이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세심한 신경을 써가며 맞춤지도를 한다고 했다. 올시즌 내내 이대호는 슬럼프가 없다. 월별 타율이 항상 3할을 넘었고 2경기연속 안타를 못친 게임이 단 두차례밖에 없다. 이대호는 올시즌 자신의 최고성적이 로이스터 감독의 지도방식에서 나온 결과라고 믿고 있다.
올시즌 슬럼프 없이 고!고!…“감독님 덕”
“3관왕 욕심나지만 팀 KS우승이 먼저죠”
○롯데의 첫번째 장점은 팀워크
이대호에게 롯데의 최대 강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당연히 팀워크죠”라고 했다. 막강한 공격력도 탄탄한 선발투수도 아니었다. 그는 “롯데 만큼 서로를 위하고 칭찬하는 팀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간의 신뢰와 믿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팀 선수를 믿지 못하면 좋은 팀이 될 수 없죠. 팀워크는 정말 롯데가 최고입니다.”
○3루수 이대호가 좋다
로이스터 감독이 취임한 후 3년째 이대호는 3루를 지키고 있다. 그는 이제 1루보다 3루가 좋다고 했다.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수비에 대한 부담도 컸지만 올해는 안정감이 많이 좋아졌다. “기본적인 타구를 확실하게 처리하는 게 첫 번째죠. 가끔 투수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타격 이상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공필성 수비코치는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대호는 핸들링이나 송구동작이 수준급”이라며 올해는 안정감이 많이 높아졌다고 했다. 1루수가 한때는 편했지만 지금은 한살이라도 젊을 때 수비할 수 있는 포지션을 갖고 있어 좋다는 게 이대호의 생각이다.
○한달에 1kg 살빼기
프로에 입단할 때 이대호는 192m, 100kg의 날씬한 선수였다. 지금처럼 살이 찐 것은 2002년 왼쪽 무릎수술을 받은 이후다. 깁스를 하고 몇달 사이에 20kg 이상 살이 쪄버렸다. 이대호는 체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살빼기는 지난해 결혼한 부인 신혜정 씨의 바람이기도 하다. “아내가 앞으로의 선수생활이나 건강을 위해서라도 체중조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하더라구요.” 요즘 이대호는 경기전에 식사를 하지 않는다. 경기를 마치고 집에서 먹는 저녁식사도 가볍게 한다. 결혼하기 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결혼하니까 아내가 이것 저것 많이 챙겨줘서 정말 좋습니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은 성적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대호는 지금 한달 1kg 살빼기를 실행하고 있다. 1차목표는 내년까지다.
○최고의 콘택트히터
김무관 롯데 타격코치는 이대호의 최대장점을 콘택트 능력이라고 꼽는다. 국내 타자 가운데 가장 부드러운 스윙을 하면서 홈플레이트 전체를 커버한다. 오른손 손목부상이 완쾌되고 하체를 제대로 사용하면서 홈런도 늘었다는 평가다. 이대호는 인터뷰를 하면서 여러 차례 롯데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는 자신이 치는 안타와 홈런이 한국시리즈에서 롯데가 우승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올시즌 바라는 3가지만 이야기 해달라고 하자 첫 번째는 팀 4강, 두 번째는 한국시리즈 진출, 세 번째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꼽았다. 자신의 개인타이틀은 결코 팀성적 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이대호는 올해 목표로 잡은 생애 최초의 3할 -30홈런 -100타점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금 페이스라면 3할5푼 -40홈런 -125타점이라는 대기록도 가능하다. 이대호가 생애 두번째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7월과 8월 두달간의 여름승부가 남아있지만 성공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올해 이대호는 최고의 컨디션을 보유한 최고의 타자이기 때문이다.
▶Who 이대호? ○생년월일: 1982년 6월 21일 ○체격: 키 192cm· 정확한 체중은 미공개 ○출신교: 수영초∼대동중∼경남고∼(영남사이버대) ○경력: 롯데 2차 1번(전체 4순위)(2001) ○2009년 성적: 타율 0.293·140안타·28홈런·100타점 ○2010년 연봉:3억9000만원
스포츠동아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