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초반 30경기 35타점 리그1위… 롯데 홍성흔

입력 2010-05-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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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흔. 스포츠동아

스윙 더 크게…보폭 더 넓게, 하루에 1000번씩 방망이질
롯데 홍성흔(33)이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초반 30경기에서 홍성흔은 무려 35타점을 올리며 타점 부문 선두로 나섰다. 이미 지난해 올린 64타점의 절반을 훌쩍 넘어섰다. 타점 뿐만 아니라 타율, 안타, 장타율, 출루율까지 홍성흔은 무려 5개부문에서 1위다. 홍성흔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0.371로 타격 2위를 차지한 홍성흔은 올해 스윙을 좀더 크게만들었다. 타점을 좀 더 올리기 위해 지난해 스윙을 과감하게 버렸다. 홍성흔의 올해 목표는 100타점이다. 지명타자로서 팀에 가장 보탬을 줄 수 있는 것은 타점이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홍성흔의 새로운 도전이 주목된다. 2년 연속 타격 2위의 스윙을 바꾼다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타점은 적극성이다


적극적이지 못하면 타점을 만들 수 없다는 게 홍성흔의 이야기다.

“두산에서부터 초구 스트라이크를 먹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만큼 타점 확률은 떨어지죠.” 최근 2년 연속 타격 2위를 차지했지만 타점은 60점대에 불과했다. “안타를 많이 쳐도 타점이 적은 타자는 투수들이 두려워하지 않아요. 그걸 느꼈어요.”

2년 연속 타격 2위를 한 게 오히려 타격폼을 바꾼 계기가 됐다. “수위타자를 못한 아쉬움보다는 타격 2위라는 존재가 팀에 생각 만큼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죠. 진정 팀이 필요로 하는 것은 타점이라는 걸 알았어요.”


● “타격코치 자리 걸고 타점 올리게 해줄게”

사이판 전지훈련부터 단체훈련 뒤 매일 1000개가 넘는 스윙을 했다. 팔로스루를 크게 하고 스트라이드를 넓혔다. 장타를 치기 위해서 강한 하체는 필수. 웨이트 트레이닝도 중점적으로 실시했다.

지난해 89kg이던 몸무게가 올해는 95kg으로 늘었다. 그러나 시범경기까지는 엉망이었다. 타격폼에 적응하지 못한 채 1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솔직히 불안했어요.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왜 타격 2위가 타격폼을 바꾸느냐고 했을 때 흔들리기도 했죠.”

김무관 타격코치가 큰 힘이 됐다. “성흔아! 내가 타격코치 자리를 걸고 네가 원하는 만큼 타점 올리게 해줄 테니까 걱정 마라!” 김 코치와 홍성흔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큰 믿음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2년 연속 타격 2위를 차지한 홍성흔의 정교함이다. 스윙이 커지고 스트라이드는 넓어졌지만 몸에 밴 콘택트 능력이 있었기에 변신을 선택할 수 있었다.


● 타격에 달인은 없다

타자는 몸과 마음의 작은 상처 하나에도 밸런스가 무너진다는 게 홍성흔의 지론이다. 홍성흔은 홈경기 때 항상 실내훈련장에서 30분씩 타격을 한다. 좋은 감을 유지하고 때로는 흐트러진 밸런스를 찾기 위함이다. 그는 “타격에 달인은 없다”며 항상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5월 중순 정도 한 차례 고비를 예상하고 있다. “나에 대한 분석이 되면 볼배합도 달라질 것이고 아직 타격폼도 80%밖에 완성되지 않았어요.”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물었다.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에요. 내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이겨 나갈 수 있어요. 나를 컨트롤하는 게 첫 번째죠.”


●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겠다

FA 4년 동안 꾸준히 잘하고 싶다는 게 홍성흔의 다짐이다. 롯데에서 은퇴할 때까지 뛰면서 꼭 한국시리즈 정상에 다시 한번 서는 게 가장 큰 꿈이기도 하다.

홍성흔은 “두산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1년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한국시리즈 우승은 개인의 어떤 성적과도 비교가 안 되는 감동이 있다고 했다. 그가 타격폼을 바꾼 것도 팀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지명타자로서의 무게감을 좀 더 높이고 싶었어요. 그게 타점이죠.” 홍성흔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롯데팬들이 “정말 홍성흔 잘 데려왔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뛰겠다는 것. 이미 홍성흔은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손색없다는 생각이다.


내 나이 서른셋…지명타자 무게감 절실
정교함 무기로 변신…타격폼 80% 완성

‘타격에 달인은 없다’…연습만이 살길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 꼭 되고 말거야



● 절박함으로 우뚝 선 지명타자

2006년 시즌 뒤 팔꿈치와 발목 수술을 하면서 홍성흔의 포수 인생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에 감각도 없고 공이 똑바로 안가는 거예요.” 2007년 후배 채상병에게 마스크를 내줬다. 다시 마스크를 쓰기 위해 노력했지만 2008년 초 한화전에서 도루 5개를 허용한 뒤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 2008년은 홍성흔이 FA 자격을 얻는 시즌이었지만 그는 포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시즌을 치러야 했다.

“솔직히 야구하고 가장 힘들었죠. 반쪽 선수가 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절박함이 홍성흔을 강하게 만들었다. ‘방망이를 못 치면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마음이 들자 매 타석에 집중했다. 시즌 타율 0.331은 자신의 역대 최고타율이었다. “2년 연속 지명타자로 골든글러브 받은 걸 보면 지명타자가 천직인가 봐요. 올해도 꼭 받아야죠.”


● 롯데는 카드를 다 보여주는 팀

홍성흔이 말하는 롯데는 “카드를 다 보여주고 게임을 하는 팀”이다. 투수 로테이션부터 타선, 작전, 볼배합이 상당 부분 노출돼 있다. 다른 팀들처럼 히든카드나 깜짝 쇼는 거의 없다.

홍성흔은 “로이스터 감독은 변화보다는 정공법을 강조한다. 단순하지만 가장 무서운 야구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후배들이 상황에 맞는 유연성만 발휘한다면 롯데는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성흔은 경기 내내 바쁘다. 후배들을 격려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그의 몫이다. 때로는 상황에 걸맞은 오버액션도 보여줘야 한다. “나이 먹고 이렇게 힘들게 야구할 줄 몰랐다”며 싱긋 웃는다. 롯데의 맨앞에는 항상 홍성흔이 있다.


● 멋진 남자 홍성흔

올해 홍성흔의 변신은 그 자체만으로도 주목받기 충분하다. 최고의 타자가 타격폼을 대폭 수정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실패한다면 무모한 선택이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홍성흔은 서른셋의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이유는 타자로서의 자존심을 찾기 위함이다. 그는 2년 연속 타격 2위를 했지만 상대투수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상대투수가 두려워하는 타자가 되는 게 홍성흔이 찾고자 하는 자존심이다. 홍성흔의 야심찬 도전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팬들은 커다란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홍성흔은 정말 멋진 타자! 그리고 정말 멋진 남자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Who 홍성흔 ·생년월일:1977년 2월 28일 ·신장/체중:180cm/90kg ·학력:공릉초∼중앙중∼중앙고∼경희대 ·투타:우투우타 ·경력:1999년 OB 입단(1차 지명)/2009년 롯데 이적(FA) ·프로 데뷔 계약금:2억2000만원(2010연봉 4억원) ·2009년 성적:119경기 426타수 158안타(0.371) 12홈런 64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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