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나보다 팀”…김선우가 확 달라졌다

입력 2010-06-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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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시절 김선우(왼쪽)는 언제나 최고였다. 최고의 꿈인 메이저리그를 꿈꿨고 이뤘다. 그러나 김선우가 진짜야구를 깨달은 것은 두산에 와서부터다. 그리고 올시즌 김선우는 진짜 에이스가 됐다. 스포츠동아DB

■ 시즌 7승…이닝이터 변신 두산 김선우


부상 속 피칭훈련…밸런스-변화구 감각 수확
벌써 11번 퀄리티스타트…승부 패턴도 유연
“맏형 이름 걸고 두산 KS 우승 이끌고 말테야”


두산 김선우가 에이스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시즌 16경기에 등판해 7승을 거뒀고 3.93의 수준급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1번의 퀄리티스타트가 돋보인다. 한화 류현진에 이어 전체 2위. 두산이 그토록 바라던 이닝이터로 자리잡았다. 올해 김선우는 많이 달라졌다. 타자와의 승부패턴이 유연해졌고 구종도 훨씬 다양해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가 팀과 함께 하는 야구를 깨우쳤다는 점이다. 김선우의 올시즌 목표는 3점대 방어율과 선발로테이션 완벽수행,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그는 “팀을 위해 투수진의 맏형으로 내가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두산의 에이스 김선우는 점점 더 강해져 가고 있다.


● 함께 하는 야구를 배웠다


올해 김선우가 가장 달라진 점은 “팀과 함께 하는 야구를 깨우쳤다”는 것이다. 김선우는 지난 2년 동안 자신의 야구만을 생각했다고 했다. 적절하지 못한 타자와의 승부로 인해 쉽게 무너지는 경기가 많았다. 한마디로 팀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투수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특히 초반에 무너지는 투수를 볼 때면 저게 내모습이었구나!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팀이 이길 기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선우는 이제 타자와의 정면승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던진다. 때로는 피해갈 때도 있다.

“아직도 정면승부 욕심은 많아요. 타자가 직구 노릴 때 직구 던지면서 쳐보라고 하는 거죠.”자신의 욕심 때문에 팀에 해를 끼쳐서는 안되다는 게 김선우의 생각이다. 김선우는 “투수진의 맏형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마운드에서 항상 잘던질 수는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맏형답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2010년의 김선우다.


● 커브와 슬라이더, 그리고 컷패스트볼

최근 등판한 KIA와 넥센전에서 김선우는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두 경기에서 김선우를 설레이게 한 것은 커브의 완성이었다.

6월20일 넥센전을 앞두고 김선우는 윤석환 투수코치와 커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커브가 맘에 들지 않아 당분간 던지지 않으려던 참이었다.

“직구처럼 자연스러운 팔동작에서 던져야 한다”는 윤석환 코치의 지적에 주목했다. 그 동안은 너무 커브의 회전에 신경을 쓰다보니 팔동작이 부자연스러웠다. 결정을 하면 바로 실천하는 게 김선우다.

넥센전에서 김선우의 커브는 폭포수처럼 떨어졌다. 6월26일 KIA와의 경기에서도 커브는 살아있었다. 커브는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효과적인 공이다. 포심과 투심 두가지 직구에 슬라이더와 컷패스트볼, 그리고 체인지업에 커브까지…. 올해 김선우는 타자와 싸울 무기가 정말 많아졌다.


● 야구하고 처음이에요

휘문고 시절 김선우는 슬라이더를 기가 막히게 던졌다. 그런 명품 슬라이더를 1997년 미국에 진출한 뒤로는 던지지 않았다. 슬라이더는 장래를 볼 때 좋지 않다는 스스로의 결정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그는 커브를 주로 던졌다. “언제부턴가 슬라이더가 잘 안되더라구요. 하나가 생기면 하나는 잃어버려요.”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기용이 많았다. 커브보다는 빠른 슬라이더가 필요했다. 어렵게 슬라이더를 찾았지만 이번에는 커브가 그를 외면했다. 2005년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둘 때도 주무기는 슬라이더였다. 선발투수에게 커브와 슬라이더는 좋은 무기지만 함께 잘던지는 투수는 많지 않다. 예외가 아니었던 김선우가 커브와 슬라이더를 모두 자신있게 던지게 됐다. 야구 시작하고 처음 있는 일이다.


● 최고 꿈은 한국시리즈 우승

야구를 하고 김선우는 딱 두번 울었다고 한다. 첫번째는 2001년 미국에서다. 4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메이저리그로 올라오라는 통보를 받았을 때다. “꿈의 무대에 드디어 내가 서는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 기뻐 많이 울었죠.” 그는 터너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데뷔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하고 난 뒤 두번째 눈물을 흘렸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거예요.”준우승의 아픔을 처음 실감했다는 그는 올해는 꼭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다.


● 부상속에서 얻은 행운

올해 스프링캠프 중간 무렵, 김선우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훈련에서 제외됐다. 뛸 수가 없고 공을 던질 수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피칭을 강행했다. 부상회복까지 기다릴 경우 개막전에 합류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오른발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가운데 피칭을 하면서 그는 두가지 큰 수확을 얻었다.

첫번째는 투구밸런스다. 상체가 빨리 이동하는 습관을 자연스럽게 치유하며 지난해보다 훨씬 안정된 밸런스를 찾았다.

두번째는 변화구에 대한 관심이다. 공을 세게 던질 수 없는 상태에서 체인지업과 커브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올시즌 초 마구처럼 떨어졌던 체인지업도 스프링캠프에서 개발한 것이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은 밸런스나 변화구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늘이 도왔다.”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부상회복까지 기다리지 않고 훈련에 참가해 피칭을 했던 그의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 최고의 선수들과 뛰어 행복하다

김선우는 “야구를 하면서 가장 수비가 뛰어난 팀에서 던져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몸을 사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26일 KIA전에서 고영민이 수비 도중 손시헌과 부딪혀 쓰러지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그랬다. “미안하고 고맙고 마음이 정말 착찹했다. 지난해 종욱이가 다치던 순간도 떠오르고….” 그는 인터뷰 내내 ‘맏형의 역할’을 강조했다. 선배로서 해야할 일이 있다고 여러번 이야기 했다. 올해 김선우의 피칭에서는 투혼이 느껴진다. 손가락에 공을 맞아도 그는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고 던졌다. 무릎이 아파도 내색하지 않는다. 투수진의 맏형으로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이스는 실력과 정신력에서 귀감이 되어야 한다. 두산의 에이스는 그래서 김선우다.

● Who 김선우?

생년월일: 1977년 9월 4일

체격: 키 184cm·몸무게 87kg

출신교: 내발산초-신월중-휘문고-고려대

경력: 보스턴(1997)-몬트리올(2002)-워싱턴(2004)-콜로라도(2005)-신시내티(2006)-샌프란시스코(2007)-두산(2008)

2009년 성적: 11승 10패, 방어율 5.11, 148이닝 89탈삼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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