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The Star] 넥센 고원준 53km차 커브 ‘고스톱투’ 달인

입력 2010-06-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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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고원준의 피칭이 요즘 화제다. 최고시속 150km의 빠른공에 90km대의 슬로커브를 던진다. 투구 밸런스도 좋고 슬라이더와 스플리터도 일품이다. 한화 류현진처럼 신인답지 않은 집중력과 여유를 갖고 있는 것도 고원준의 장점이다.

고원준은 지난 5월 선발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올시즌 12경기에 나가 2승 2패, 방어율 2.16을 기록했고 선발경기 방어율은 0.99다. 5월19일 SK전에서는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해 더욱 주목을 받았다.

고원준은 투구스피드에서 50km 이상의 속도 변화를 주는 투수다. 그의 슬로커브는 볼 때마다 감탄사를 터뜨리게 한다. 넥센의 등번호 49번을 주목하자. 그의 이름은 고원준이다.》


● 두둑한 배짱! 타고난 손 감각

고원준의 투구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공은 슬로커브다. 고원준의 슬로커브는 생애 첫 선발 등판한 5월12일 KIA전에서 탄생했다.

“커브를 좀 더 느리게 던질 수 있겠냐?” KIA전을 앞두고 불펜피칭을 하는 고원준에게 정민태 투수코치가 묻자 고원준이 대뜸 대답한다. “예. 할 수 있어요. 오늘 던져볼까요?”

그때까지 남들처럼 시속 115km전후의 커브를 던졌던 고원준은 정 코치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했다. “변화구 구속이 비슷해서 커브를 좀 느리게 던졌으면 하는 생각에 한 이야긴데…. 데뷔 첫 선발 등판하는 날에 던진다고 하더라고요.”

캐치볼 때 슬로커브를 연습했다는 고원준은 그날 시속 97km의 느린 커브를 던졌다. 최고시속 150km의 빠른공과 무려 53km의 스피드 차이를 보였다.

그리고 5월30일 LG전에서는 더 느린 시속 91km의 슬로커브를 던졌다. 슬로커브는 회전을 최소화시키면서 손에서 공이 빠져나가게 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타고난 손재주와 좋은 밸런스가 있어야만 던질 수 있다.

또 고원준이 던지는 슬로커브의 장점은 팔스윙이 직구와 같다는데 있다. 직구처럼 빠른 팔스윙을 하면서 공을 손에서 빼내는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좀더 느리게 시속 80km대 커브를 던져보렵니다.” 지금까지는 팬들은 빠른 스피드에 환호했다. 그러나 고원준의 ‘거꾸로 가는’ 느린 스피드가 팬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 팔꿈치를 높여라

올해 고원준이 좋은 피칭을 하는 데는 팔꿈치를 올린 게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데뷔 첫해인 지난 해 고원준은 팔꿈치가 아파 재활하는 시간이 많았다. 2군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16경기에 나가 3패만 기록했다. 방어율은 9.29였고 41이닝에 볼넷을 33개나 내줬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좋은데 팔꿈치의 위치가 낮아 부상과 컨트롤 난조가 온 것이다.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고원준은 지난 2월부터 2군에서 정명원 투수코치와 팔을 높여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정명원 코치님이 팔을 높여서 밸런스 잡으면 너는 10승 눈감고도 한다고 하셨죠.” 석 달 동안 거의 매일 공을 던졌다. 밤에는 2시간씩 섀도우 피칭으로 밸런스를 잡았다.

“처음에는 스피드도 안 나오고 정말 불안했는데…. 그래도 코치님이 걱정 말라고 하셔서 열심히 던졌습니다.”

팔꿈치를 높여 공을 던지면서 공의 위력과 컨트롤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옆으로 밋밋하게 휘었던 슬라이더는 아래로 빠르게 휘는 결정구가 됐고 스플리터와 커브의 각도도 더욱 예리해졌다.

투수에게 투구폼 수정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코치와 선수의 신뢰관계가 고원준을 새롭게 탄생시킨 셈이다.


● 직구 던집니다. 선배님!

고원준의 매력은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에이스다운 행동이다. 상대 중심타자가 나오면 더욱 집중하고 위기 때도 흔들림이 없다.

김시진 감독은 “류현진 다음으로 마운드에서 여유가 있는 것 같다”며 무한신뢰를 보낸다. 주장 이숭용은 “공 던지는 것보다 하는 행동이 더 마음에 든다”고 했다.

고원준은 마음속으로 상대타자들에게 말을 하며 던진다. “최희섭, 정근우, 이진영 같은 대선수들 나오면 삼진잡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속으로 말하죠. 선배님 제 직구 한번 쳐 보십시오. 이번에는 커브 갑니다.”

위기 때 강한 것도 고원준의 장점이다. “저는 주자가 나가고 위기가 되면 더 의욕이 생겨요. 포수의 미트를 더 집중해서 노려봅니다.”


● 목표는 국가대표와 우승

고원준의 꿈은 국가대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뒤 변하지 않았던 가장 큰 꿈이다. “국가대표는 나라에서 최고라는 이야기잖아요. 꼭 태극마크를 달고 뛰어보고 싶습니다.”

올해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서 빠진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투다. “생각도 안했어요. 지금 제가 어떻게 대표팀에 가요. 실력도 안 되고 말도 안 되죠.”

또 하나의 소원은 우승이다. 야구하고 한번도 우승을 못했다. 우승했다고 마운드에서 부둥켜안고 헹가래 치고 하는 게 그렇게 부러웠단다. “올해는 우리팀이 4강에만 갔으면 좋겠어요. 형들 정말 열심히 하는데….”


● 나만 나를 견제하지 않으면 된다

고원준은 투수가 타자를 두려워하지 않으면 80%는 이긴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상대가 분석하고 들어오면 6월에 고비가 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멋진 답을 들려준다. “저만 저를 견제 하지 않으면 상관없어요.”

그는 자신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면 상대가 분석하는 것은 두렵지 않다고 했다. 지난 월요일 고원준과 인터뷰를 하면서 왜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고원준을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마인드를 갖춘 선수였다.


● 이제 2승했을 뿐

올해 목표를 물어보니 끝까지 1군에 남아있는 것이라고 했다. 몇 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물어 보았더니 “이제 겨우 2승했는데요. 올해는 그저 열심히 던지기만 하렵니다”라고 한다.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데 대해서는 “잘해야 받는 건데 주시면 감사히 받아야죠”라며 웃는다.

고원준은 지난 5월 정말 대단한 피칭을 했다. 좋은 밸런스와 부드러운 팔스윙을 앞세워 타자를 압도했다. 나이 스무 살에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 스플리터, 싱커까지 완벽에 가깝게 소화하고 있다.

고원준이 넥센의 에이스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5월의 그 마음으로 올 시즌 내내 멋진 투구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Who 고원준?
○ 생년월일:1990년 6월23일 ○ 입단:2009년 히어로즈(2차 2라운드,전체 14순위)
○ 출신고:천안북일고 ○ 키:181cm ○ 몸무게:80kg ○ 2009년 성적:2군 16경기 41.2이닝,0승3패,방어율 9.29 ○ 2010년 성적:1군 12경기 41.2이닝 2승2패 42삼진,17볼넷,방어율 2.16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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