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삼성라이온즈 감독·김경문 두산베어스 감독 (왼쪽부터)
두산-삼성 사령탑 경기전 엇갈린 표정
▶ 허탈한 두산 김경문 감독붙박이 2위서 3위로 20일만에 처지 반전
“우리도 잘했지만 SK-삼성이 워낙 잘했다”
▶ 여유만만 삼성 선동열 감독
“오늘 취소되면 좋겠다…1승1패면 만족”
농담속 반게임차 2위 수성 의지 드러내
0.5게임차 2·3위 삼성과 두산이 13일부터 대구에서 3연전에 돌입했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가장 흥미로운 대결이다. 결전을 앞둔 양 팀 사령탑의 얼굴에서는 미묘하나마 대조적인 표정이 감지됐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삼성 선동열 감독은 ‘여유’, 두산 김경문 감독은 ‘허탈’ 그 자체였다. 불과 20일 만에 처지가 뒤바뀐 탓이었다.
○뜀박질 삼성, 뚜벅뚜벅 두산
삼성이 잠실 원정에서 두산을 10-1로 완파한 6월 23일. 당시 팀 순위는 두산이 38승1무29패로 2위, 삼성이 35승1무34패로 3위였다. 개막 이후 꾸준히 2위를 지켜온 두산이 삼성에 4게임차로 앞서있었다. 하지만 그날 승리를 계기로 삼성은 파죽의 12연승을 내달렸고, 7월 9∼11일 넥센과의 목동 3연전마저 싹쓸이하고는 마침내 2위로 부상했다. 6월 23일부터 7월 11일까지 삼성은 15승1패, 두산은 9승6패였다.
○허탈한 MOON
김경문 감독은 3위로 밀려난데 대해 “우리도 나름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해왔는데 SK와 삼성이 워낙 잘했다”고 촌평했다. 이어 “밑에 세 팀이 승을 몰아줬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덧붙였다. 몇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른바 ‘엘롯기 동맹’ LG, 롯데, KIA가 올 시즌 선두 SK에 각각 9승, 10승, 9승을 헌납한 사실을 일컫는 넋두리처럼 들렸다(순수하게 하위권 세 팀 KIA, 넥센, 한화로만 좁히면 SK는 각각 9승2패, 7승4패, 6승3패를 올렸고 삼성은 각각 6승4패, 11승4패, 8승4패를 거뒀다). 삼성과 2위 다툼을 벌이면서도 SK를 사정권에서 놓친 아쉬움이 더 큰 듯한 일성이었다.
○여유로운 SUN
선동열 감독은 3연전 선발 로테이션을 언급하며 “장원삼과 차우찬을 쓸 수 없어 우리가 밀린다. 이우선∼크루세타∼배영수로 이어질 우리 선발들이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이번 3연전에서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오늘은 비나 내려 (게임이) 취소됐으면 좋겠다. 2게임만 하고, 1승1패면 만족한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두산의 저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은근히 2위 수성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1승1패면 삼성의 0.5게임차 리드는 유지된다.
○포기 없는 총력전
두산과 삼성 모두 불펜이 강한 팀이다. 그런 만큼 두 감독은 한결같이 “선발은 5회까지만 막아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3일 양팀 선발은 모두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두산 이현승이 1.1이닝 7안타 6실점, 삼성 이우선이 4이닝 8안타 5실점에 그쳤다. 김경문 감독은 1-5로 뒤진 2회 1사2루서 스윙맨 홍상삼을 전격투입했다. 추가실점 없이 어떻게든 쫓아가겠다는 포석. 선동열 감독도 5회 김동주에게 좌월3점홈런을 얻어맞고 8-5로 쫓기자 지체 없이 나이트와 안지만을 올려 본격적으로 불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결국 삼성이 9-6으로 승리해 양팀은 1.5게임차로 벌어졌다.
대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