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올 시즌 두 번째 한국 프로축구 최고의 라이벌전에서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28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스코컵 2010’ FC서울과 수원삼성의 4강전.
이번 경기를 앞두고 대부분의 축구계 관계자들은 수원의 완패를 예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수원과 서울의 행보는 ‘천양지차’였다. 서울은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며 시즌 초반부터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수원은 지난 4월4일 서울과 첫 라이벌전에서 1-3으로 패한 이후 본격적으로 추락하더니 리그 8경기 연속 무승(1무 7패)의 부진에 빠지며 전반기를 꼴찌로 마감했다.
수원은 급기야 컵 대회에 돌입하기 전 차범근 감독을 경질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서야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이후 차 감독의 빈 자리를 채운 윤성효 신임 감독은 팀을 재정비하기 위해 월드컵 휴식기에 부단히 애를 썼다.
그 결과 수원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다. 윤 감독이 부임한 이후 1승3무로 단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원이 리그 정상급 전력을 갖춘 서울의 벽을 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서울을 상대한 수원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원정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경기 초반부터 ‘윤성효 식’ 공격축구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수원은 후반 12분 상대 공격수 데얀에게 헤딩슛을 허용했지만 5분 뒤 곧바로 이현진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승부의 추를 원점으로 돌린 수원의 기세는 계속됐다. 특히 김두현과 백지훈이 중심이 된 중원 조직력이 살아나면서 서울의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을 많이 연출했다.
윤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전반 수비수 임경현이 부상을 당하자 윤 감독은 수비수 대신 측면 공격수 이현진을 교체 투입시켰다. 측면 수비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조원희에게 맡겼다. 조원희는 적극적으로 측면을 노리던 서울의 공격을 물샐 틈 없는 수비로 막아내며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보여줬다.
거세게 서울을 밀어부치던 수원은 후반 27분 이현진의 도움을 받은 ‘왼발의 스페셜리스트’ 염기훈이 문전 왼쪽에서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역전골을 노리던 서울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뒤 빠른 역습으로 전개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수원은 경기종료 7분을 남기고 이승렬에게 동점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윤 감독의 연장전 전략은 승부차기였다. 윤 감독은 조원희를 원래 포지션으로 돌리고 쥐가 난 김두현 대신 오재석을 투입시켜 수비를 강화시켰다. 무엇보다 ‘거미손’ 이운재가 있었기에 승부차기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수원은 뒷심부족으로 연장전에서 데얀과 이승렬에게 각각 역전골과 추가골을 내줘 2-4로 패했다.
윤 감독은 비록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 컵 대회 결승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서울-수원 라이벌 데뷔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오는 8월 세 번째 맞대결에서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한 한판이었다.
상암=김진회 동아닷컴 기자 manu35@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