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성열의 성공기 “승엽 형님 폼 버렸더니…”

입력 2010-07-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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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동아DB

이니셜은 L.S.Y. 등번호는 36번. 그리고 왼손 홈런타자.

이승엽(34·요미우리)이 아니다. 생애 최고의 활약을 하고 있는 두산 이성열(26·사진) 얘기다. 2000년대 초반. 그 시절 대부분의 학생선수들이 그랬듯, 이성열의 고등학교 시절 영웅은 이승엽이었다. 홈런타자를 꿈꿨던 그는 우상의 아바타를 자청했다. 그 어렵다는 외다리 타법을 따라했다. 가능성 있는 장거리 타자로 이름을 알렸다.

2003년 LG에 입단한 뒤에는 이승엽이 삼성시절 달던 등번호 36번까지 장착했다. 이만하면 ‘제2의 이승엽’으로 불릴만한 아이템은 모두 구비한 셈. 하지만 방망이 실력이 따라주지 못했다. 이성열은 “프로 투수들은 구속도 빠르고, 변화구도 다양했다”면서 “외다리 타법이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가수 조관우(45)가 아버지인 판소리 명창 조통달(65)을 무작정 따라하려고만 했다면, ‘탁한 가성’이라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성열도 그랬다. 우상을 극복하고 자아를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 다리를 드는 동작을 버리고, 하체 움직임을 최소화하자 배팅 포인트가 안정됐다. 그 결과는 생애 최다 홈런(14개). 비록 여름이 되면서 페이스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최고의 시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스프링캠프 때마다 (이승엽 선배를) 만났거든요. 얼마나 설레는지…. 그 폼으로 친다는 거 정말 대단한 거예요.” 이성열은 “요즘은 이승엽 선배가 ‘나도 잘 못치는데…’라며 조언하기를 조심스러워 하신다”며 안타까워했다.

목동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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