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 몰릴 때만 찾지 마시고
지원 못하면 딴지 걸지 마시길#여기 당신과 견해가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당신의 선택은 큰 줄기로 두 가지겠지요. 설득을 하든 강압을 하든 나의 의견으로 동화 혹은 전향시키든가, 아니면 그냥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 혹은 무시하든가. 정치적으로 분류하자면 전자가 통합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보수가 되겠죠. 후자는 다양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는 리버럴이겠고요. 복잡해 보여도 세상은 두 가지 생각의 헤게모니 싸움의 연속이 아닐까요. 우파가 극으로 치달으면 효율성을 위해 개성을 말살하는 파시즘이겠고, 좌파가 극으로 가면 기존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전복하려는 래디컬이 되겠죠.
#스포츠는 본질적으로 우파적 속성을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월드컵 당시, 붉은 물결 속에서 감히 ‘나, 축구 싫어’, ‘거리 응원 시끄러워’ 할 분위기였나요? 게다가 스포츠는 대중적이죠. 이러니 대중의 관심을 먹고사는 연예인이나 정치인에게 스포츠는 어떻게든 줄을 대고 싶은 매력덩어리겠죠. 대한민국 최고 인기스포츠이자 지역연고제가 확립된 프로야구는 국회의원이나 시장, 지사 등 감투를 꿈꾸는 이들에게 명품매장처럼 꼭 붙어있고 싶은 곳일 겁니다.
#심지어 야구나 축구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면 ‘누구누구의 리더십을 본받아’ 같은 논평이 정당에서 나오죠. 그러나 스포츠는 효율성(결과)으로 말하는 분야입니다. 소외계층, 좌절한 영혼까지 보듬어야 될 정치와는 지향점이 다르죠. 스포츠는 통합이 안 되면 모래알이라고 경멸받지만 정치는 통합만 지향하면 안 되죠. 다름을 관용하는 가치도 정치가 추구할 미덕이란 이야기죠. 스포츠리더십 연구는 기업이나 성취욕으로 충만한 개인들이 공부하면 족합니다. 진정 스포츠를, 야구를 사랑하는 정치가나 행정가라면 매스컴이 집중하는 빅 이벤트 때만 야구장을 찾거나, 명장의 리더십을 본받겠다는 그런 포퓰리즘적 언동이 아니라 야구장을 지어주고 보수해주고, 구단의 훈련편의나 기업의 세제지원을 봐주는 실무로서 말해야 합니다. 하다못해 도움은 바라지도 않으니 프런트의 마케팅 활동에 발목이나 잡지 않으면 됩니다. 자칭 야구팬 정치인들은 올스타전이 열린 대구구장, 한국시리즈가 열렸던 광주구장을 보고도 아무 감흥이 없었나요? 롯데 팬들이 ‘가을야구에 나가고 싶은 숙원’을 두 글자로 줄여 이렇게 부른다죠. “아, 좀.” 야구팬을 자처하는 나라 분들에게 그 말 그대로 드립니다. “아, 좀.”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