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 선감독 “6년간 도루사인 0” 삼성 도루 1위 ‘자율 혁명’

입력 2010-08-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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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 DB]

삼성 발야구의 원천 ‘그린라이트’
에비사와 야스히사의 소설 ‘야구감독’에서 만년 꼴찌 팀 엔젤스는 선수들이 ‘생각하는’ 야구를 하면서부터 강팀으로 변모한다. 결국 팀은 감독이 작전을 내기 전에 선수들이 먼저 움직이는 단계까지 이른다. 벤치와 그라운드의 이심전심. 7월까지 팀 도루 1위(122개)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의 베이스러닝이 그렇다.


○뛰는 사자, 창의적 베이스러닝의 원천은 그린라이트

7월31일 대구 넥센전. 3회말 1사 1·3루 삼성 최형우 타석 때였다. 넥센의 좌완 불펜 박성훈이 1루에 견제구를 던지는 순간, 3루 주자 조동찬이 홈으로 쇄도했다. 넥센 1루수 오재일이 홈에 송구했지만, 결과는 세이프. 13년 만에 나온 삼성의 홈스틸이었다. 역전승을 거둔 전날 승부에서도 반전의 계기는 7회 2루주자 김상수의 과감한 3루 도루. 두 상황 모두 벤치의 사인은 없었다.

삼성 선동열 감독은 “감독 생활 6년째 하면서 도루 사인은 단 한번도 낸 적이 없다”고 했다. 모든 선수가 그린라이트. 다소 엉뚱한 타이밍에서의 도루실패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알아서’ 판단하는 과정들이 쌓이다보니, 조동찬의 홈스틸 같은 창의적인 주루플레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김상수는 “그린라이트 상황에서는 내 판단 때문에 팀에 해를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더 책임감이 생겼다”면서 “상대 투수의 퀵모션, 견제 동작을 연구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고 했다.


○뛰는 야구와 타격의 상관관계…삼성, 주자 1루 시 팀 타율 1위


타자와 주자 간의 호흡도 ‘발야구 위주’로 맞춰져있다. 김상수는 “(이)영욱형 같은 빠른 주자가 나가면 일단 원 스트라이크는 먹고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 내가 주자일 때면 되도록이면 빠른 카운트에서 뛰려고 한다”고 했다.

역으로 타자도 주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사자의 다리’를 경계하는 상대 배터리가 주로 직구 위주의 승부를 하기 때문이다. 타자 입장에서는 ‘오지 선다’가 ‘사지 선다’로 변하는 셈.

실제로 7월까지 주자 1루 시 삼성의 팀 타율은 0.324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다. 팀타율(0.273) 보다 무려 5푼 이상 높은 수치. ‘뛰는 야구’와 ‘타격’의 상호상승작용 역시 삼성이 2위를 질주하는 주동력이다.대구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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