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연간 60억…그린위 ‘쩐의 전쟁’

입력 2010-08-04 15: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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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 골프마케팅 치열

금융권만 해마다 8개 대회 개최
주류·보험·유통업계도 진출 활발
신지애 등 스타에 수십억 후원도
40∼50대 주고객층과 타깃 맞아

지금 필드는 기업들의 마케팅 전쟁으로 뜨겁다.

2000년대 들어 골프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골프대회 유치 및 선수 후원 등 각축전이 펼쳐지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골프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잘 나가는 기업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다.

파워게임이 가장 심하게 전개되는 곳은 금융업계다. 국민, 신한, 하나, 외환 등 제1금융권은 물론 카드사와 저축은행, 심지어 대부업체까지도 골프대회 유치에 적극적이다. 연간 개최되는 대회만 무려 8개다.

현금을 만지는 기업답게 씀씀이도 크다. 이들이 한해 필드에 쏟아 붓는 돈은 연간 60억 원 가까이 된다.

은행업계에서 가장 먼저 골프마케팅을 시작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동해오픈은 국내 남자골프투어의 메이저 대회로 상금도 7억원이나 된다. 업계 순위 4위 하나은행은 골프계에선 큰손으로 통한다. 미국 LPGA 투어 대회인 하나은행 챔피언십의 타이틀 스폰서다. 국내에서 열리는 여자골프대회 중 가장 많은 180만 달러(약 20억원)의 상금을 걸고 있다.

이 정도 금액이면 보통의 국내 대회를 3∼4차례 열 수 있다.

골프마케팅으로 효과를 본 하나은행은 지난해부터는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안투어를 단독개최하면서 시장 확대의 발판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최근 다소 위축된 저축은행은 골프마케팅에서도 서서히 발을 빼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타이틀 명칭에 ‘OOO저축은행’이라고 붙은 골프대회가 한해 2∼3개에 달했지만 올해는 토마토저축은행오픈 1개만 열렸다.

증권가는 오래전부터 골프마케팅을 진행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여 왔다.

IMF 위기를 넘기면서 국내에서 펀드 열풍이 불자 골프마케팅에 눈을 돌린 기업들이 많다. 대신, 우리투자, 대우, 유진투자, 메리츠증권 등 5곳이 타이틀 스폰서로 나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키움증권 등은 신지애, 배상문 등 톱스타들에게 수십억 원의 계약금을 주고 후원하고 있다.

40∼50대가 주 고객인 이들에게 골프마케팅은 필수다. 확실한 타깃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꾸준하게 활용되고 있다.


● 주류업계 씀씀이는 최고

새롭게 골프마케팅에 눈을 뜬 기업들도 있다. 주류와 보험업계다.

서희경, 김대현 등을 후원하는 하이트맥주는 가장 활발하게 골프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2002년 경기도 여주의 블루헤런(옛 클럽700) 골프장을 인수했고, 이곳에서 열리는 하이트컵챔피언십은 KLPGA 투어 메이저대회로 자리 잡았다. 일본시장에 진출한 하이트맥주는 일본 여자골프에서 뛰고 있는 전미정, 이지희에게도 자사의 로고가 부착된 모자를 씌웠다.

국내 양주시장의 양대 산맥 페르노리카코리아와 디아지오코리아는 2008년부터 나란히 골프계에 발을 들였다. 선수를 친 건 페르노리카코리아. 2008년 4월 3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으며 국내 최대규모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이에 질세라 2008년 8월부터 조니워커블루라벨오픈을 개최해오고 있다.

올해는 새로운 기업들이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전기자동차로 유명해진 CT&T와 현대캐피탈이다. 모두 첫 진출이다.

CT&T는 골프계에선 전동골프카트 생산업체로도 잘 알려져 있어 골프와 전혀 무관한 기업은 아니다. 한일남자골프대항전을 주최하는 현대캐피탈은 올해가 골프진출 원년이다. 업계 1위답게 시작부터 큼지막한 보따리를 풀었다. 총상금 70만 달러(한화 약 8억2000만원)를 내걸었다. 상금규모 면에서 국내 세 번째. 새로운 기업들의 골프대회 유치가 경쟁사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보험업계는 2∼3년 전부터 부쩍 참여율이 높아지고 있다. 동부화재와 LIG에 이어 올해는 메트라이프생명이 골프대회에 자사의 이름을 내걸었다. 2∼3년 내 보험업계가 골프계의 새로운 큰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이외에도 각 분야별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골프대회 참여도 활발하다.

통신업계 1위 SK텔레콤과 전자제품 유통기업 하이마트를 비롯해 GS칼텍스와 하이원리조트, 롯데마트, 캡스, 넵스 등 소위 잘나간다는 기업들은 모두 골프계에 집결했다. 반면, 경영악화를 맞은 금호와 경기 침체로 수익이 감소한 골프장 등은 골프대회 유치에서 손을 떼 대조를 보인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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