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에 부는 여풍(女風)<하>]공짜 맥주에 키스타임은 덤…여심 잡는 ‘만원의 행복’

입력 2010-08-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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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야구장도 여풍당당</b> 거센 ‘여풍(女風)’이 야구장에 불어 닥치고 있다. 야구 관람은 어느새 여성들의 여가 활동 중 하나가 됐고, 수많은 여성팬은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각 구단들도 여성 관중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잠실구장을 찾은 두산의 여성팬들이 나란히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

<b>야구장도 여풍당당</b> 거센 ‘여풍(女風)’이 야구장에 불어 닥치고 있다. 야구 관람은 어느새 여성들의 여가 활동 중 하나가 됐고, 수많은 여성팬은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각 구단들도 여성 관중들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잠실구장을 찾은 두산의 여성팬들이 나란히 유니폼을 입고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

그녀들이 야구장에 바라는 것은?
최근 야구장에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야구장을 찾는 대부분의 팬은 남성이었다. 그러나 1990년 중반부터 ‘오빠부대’가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여성팬이 관중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야구는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리고 여성팬의 증가는 곧바로 프로야구 흥행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구단들도 이에 발맞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여성은 왜 야구장을 찾는 것일까, 그리고 여성은 야구장에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사단법인 한국스포츠산업진흥협회에서 발행하는 스포츠마케팅 전문잡지 ‘스포츠 비즈니스’ 2009년 여름호와 2010년 여름호는 여성관중의 성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테마베이스볼’은 이를 토대로 ‘야구장에 부는 여풍’의 실체와 프로구단 마케팅의 나아갈 방향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2회에 걸쳐 싣는다. <하>에서는 ‘여성팬들은 야구장에서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여가선용으로 자리잡는 야구관람

최근 여성들에게 야구관람은 여가선용의 수단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다. 야구관람 경험 유무를 떠나 여성들을 대상으로 ‘만약 4시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어떤 여가활동에 소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영화관람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598명 중 34.4%인 206명이 영화를 보겠다는 응답을 했다. 뮤지컬 관람이 206명으로 20.9%, 쇼핑이 106명으로 17.3%를 차지하며 뒤를 이었다.

그런데 야구관람을 하겠다는 응답자는 52명으로 8.7%로 나타났다. 축구관람(2.2%)과 농구관람(1.5%) 등 다른 스포츠보다 선호도가 훨씬 높았다. 물론 20대 여성인구의 활동이 가장 활발한 서울의 명동, 신촌, 코엑스, 강남역 등 서울 거주 여성을 대상으로 펼친 조사지만 분명 20대 여성들의 의식구조에서 야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야구관람이 놀이동산에 가겠다는 응답자(5.9%)보다 많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영화와 뮤지컬 관람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는 점은 야구가 극복해야할 점이 아직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여성들은 야구관람을 여가시간에 즐기는 다양한 문화 활동 중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영화관람과 쇼핑의 여가활동 수요를 야구장으로 흡입할 수 있는 매력을 높여야만 지속적인 여성팬 증가를 담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성들이 야구장에서 느끼는 재미



지난 회에 설명한 여성팬이 야구경기를 관람하는 동기에 대한 의식조사와는 별도로 현재 프로구단이 시행하는 이벤트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여성은 흥미를 나타냈다. 갖가지 이벤트는 야구 외적으로 여심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이는데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 중에서 음료 및 주류(맥주) 무료 제공을 원하는 여성팬이 24%로 가장 많았고, 유명 연예인의 시구(22.2%)도 선호하는 이벤트로 꼽혔다. 또한 각 구장에서 실시하고 있는 ‘키스타임’도 흥미로운 이벤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최근 여성팬들 중에는 각 구단이 만든 유니폼이나 기념품을 사는 팬들도 많다. 야구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48%에 이르러 제품을 산 적이 없는 팬(52%)과 비슷했다. 제품을 구매한 여성팬을 대상으로 제품의 종류를 복수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응원도구가 197명으로 가장 많았고, 모자 127명, 유니폼 및 의류 103명, 액세서리 39명, 야구용품 37명, 팬북 21명, 사인볼 11명, 인형 6명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팬은 응원도구, 모자, 유니폼 및 의류에 집중됐다. 그러나 여성들은 매력적인 제품이 판매되면 구입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텀블러(213명), 커플용품(127명), 파우치(123명), 다이어리(92명), 학용품(53명) 순으로 나타났다. 텀블러는 물이나 음료를 담을 수 있는 실용적인 컵으로 현재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해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이다. 여성팬들은 ‘야구장에서 얼마를 지출하느냐’는 질문에 1만원∼2만원 사이가 전체 응답자의 54.2%를 차지했고, 2만원∼3만원을 응답한 여성은 22.2%, 1만원 이하를 응답한 여성은 16.9%였다. 여성들이 야구장에서 지갑을 열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배우 서지혜 시구 모습.

배우 서지혜 시구 모습.



○여성들이 야구장에서 느끼는 불편함

그렇다면 여성팬이 야구장 방문을 주저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먼 거리’와 ‘같이 갈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성팬은 혼자 야구장을 찾지 않는다는 지난 회의 조사결과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또한 입장권 구입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것도 여성팬들이 야구장에서 느끼는 불편함 중 하나로 파악됐다. 여전히 현장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구입한다는 응답자가 58.7%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예매 응답자가 22.1%로 뒤를 이었다. 인터넷 예매가 최근 새로운 예매 문화가 정착되고는 있지만 표 구입의 편의성에 대해서는 ‘불만족스럽다’는 대답이 약 49%에 이르렀다.

잠실구장을 대상으로 경기 후 퇴장시 출구의 편의성을 묻는 질문에는 38%가 불만족을 나타내 만족(19%)보다 훨씬 높았다. 화장실 청결도에 대해서는 46%가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잠실구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런 답변이 나왔다면 시설이 열악한 지방구장은 여성팬들이 더욱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야구장에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사실은 분명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여성팬은 야구 자체보다는 분위기와 주변환경에 더 민감하기 때문에 야구장에서 불편을 겪는다면 언제든지 야구장으로부터 발길을 돌릴 수 있는 팬층이기도 하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 야구장에 부는 여풍(女風)이 신기루로 그칠 가능성도 있다. 야구장 시설 개선과 함께 여심을 사로잡는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때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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