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찝찝하단 말이야.” 삼성 김평호 코치는 27일 잠실 LG전에 앞서 기자들이 “어제 대구에서 두산을 격파해 좋겠다”고 하자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았다. 2위를 노리는 두산과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5.5게임차로 도망갔다. 그런데 김 코치는 “물론 이겼으니까 좋긴 좋지. 2위싸움도 유리해지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오히려 SK를 따라잡는 데에는 안 좋은 결과가 될 수 있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산은 이날 경기 전까지 20경기, SK는 2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상황. 그런데 두산과 SK는 무려 5경기가 남아 있다. 삼성은 SK와 맞대결이 1경밖에 없다. 김 코치는 “두산이 우리와 2게임차 이내에 붙어 있어야 SK전 5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칠 것 아니냐. 두산이 SK를 몇 경기 잡아줘야 하는데, 2위 포기하고 준플레이오프 체제에 들어가면 SK만 더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주위에서 “그럼 어제 두산에 지면 간단한데 왜 그렇게 아득바득 이기려 했느냐”고 농담하자 김 코치는 한참 뜸을 들이더니 대답을 내놓았다. “그러면 SK하고 멀어지잖아. 이겨도 찝찝하고 져도 찝찝하면 이기는 게 더 좋지.”
잠실|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