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스포츠동아DB
“그냥…,(공이)보이면 치고 있는데요.”
2001년 김태균(한화) 이후 9년 만에 ‘20홈런 신인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타석홈런(17·18호)을 때려내며 신인포수 홈런기록(99년 두산 홍성흔의 16개)도 뛰어넘었다. 사실상 첫 시즌(2007년 3경기 1타수 무안타)을 보내고 있는 ‘중고신인’ 두산 포수 양의지(23)의 성적표다.
그는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지만 “20홈런이나 신인왕 모두 이루고 싶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
○2군에서부터 될성부른 떡잎
송재박 타격코치는 양의지에 대해 “원래 2군에 있을 때부터 손목 힘이 좋고 펀치력이 있던 타자였다”고 귀띔했다. “스윙궤도가 간결해서 컨택능력이 좋으면서 적극적인 스윙을 해서 담장을 종종 넘기곤 했다”며 “1군에 올라온 후에는 선구안까지 좋아지면서 지금의 결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양의지는 “시즌 초반에는 뭔가 보여 줘야한다는 생각에 안 좋은 볼에도 방망이가 번번이 나가곤 했다”고 고백했다. 상대투수들의 변화구에 속아 방망이로 허공을 가르기를 수차례.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타격법을 고수했다.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버릇을 버리지 않았던 게 지금의 좋은 결과를 내는데 주효했다”고 말했다.
단순Ⅰ 2군때도 힘 좋고 스윙궤도 간결
단순 Ⅱ 1군서 선구안 얻고 무조건 치자!
단순 Ⅲ 욕심 뺀 의지로 무조건 해낸다!
○타격의 비결? 보이면 적극적으로 치는 것!
양의지는 30일까지 11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4·91안타·18홈런·61타점을 기록중이다. 이중 초구 공략이 많았다. 60타수 24안타(0.400)에 2루타는 5개다. 홈런은 무려 6개를 때려냈다. 늘 적극적인 스윙을 했다는 뜻이다.
양의지는 “초구부터 자기스윙을 하라는 감독님의 말씀을 많이 따랐다”며 “어차피 한 타석에서 타자에게 주어지는 공이 3개 아닌가. 요즘에는 몸쪽 승부도 많아졌고 투수들이 쉬운 볼을 안 주지만, 주어진 3번의 기회에 후회 없이 내 스윙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공이)보이면 무조건 치는” 단순하지만 ‘타격의 정석’을 실천중이라고 덧붙였다.
○20홈런? 신인왕? 노리고 있다
양의지는 “이제는 한 시즌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고도 했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해 2008년부터 경찰청에서 주전포수(5번 타자)로 뛰었지만 1군은 사실상 처음이다. 조급함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고, 내색은 안 했지만 시즌 중반 체력고갈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무작정 경기에 나가려는 의욕만 앞섰던 것 같다. 지금은 안정을 찾았고 코치님의 배려로 체력도 회복했다”고 말했다. ‘신인왕’이나 ‘20홈런’에 대해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욕심을 못 냈는데 지금은 솔직히 염두에 두고 있다”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수줍게 말을 잇던 그였지만 목표에 대해서만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 시즌에 돌입하기 전 “(주전경쟁을)해볼 만 할 것 같다”며 야심차게 말하던, 그때와 같이 자신 있는 목소리로.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