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땐 대본수정설…“동참하기 쉽지 않아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어 난감하다.”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하 한예조)가 출연료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2일부터 MBC와 SBS의 외주제작 드라마에 대해 촬영을 전면 거부키로 한 가운데(아래기사 참조), 1일 한 연기자는 부담감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예조가 드라마 촬영현장을 찾아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독려할 계획이지만 연기자들은 그 배경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실제 행동에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예조는 이날 외주제작 드라마에 출연하고도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한예조 김응석 위원장은 “방송사는 연기자 출연료와 스태프 인건비 지불이 외주제작사의 몫이라며, 원인제공자이면서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 외주제작 시스템상 돈을 버는 쪽은 유일하게 방송사뿐이며, 출연료 미지급 문제가 발생한 드라마를 수출해 추가 수익까지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연기자 측은 “한예조의 그런 뜻을 잘 이해하며 그 주장에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연기자가 촬영현장을 떠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분위기다”며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했다. 실제로 한예조에 따르면 최근 연기자들의 준법투쟁 결의가 알려진 후 한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한예조의 뜻에 따를 연기자는 미리 알려달라. 촬영을 하지 않을 것을 감안해 대본을 수정하겠다”는 제작진의 말까지 오갔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연기자가 촬영 거부를 선언하기엔 여러 가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제작진과 시청자와의 약속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말한 이 관계자는 “더욱이 선배 연기자들이 촬영장에서 대기 중인데 후배로서 촬영 거부 의사를 당당히 밝히는 것도 연기자들의 위계질서에 대한 정서상 쉽지 않아 여러 모로 참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이와 관련해 ‘동이’와 ‘나쁜 남자’ 외에 최근 종영되거나 방영 중인 대부분의 드라마의 제작사들이 한예조가 출연료 미지급 현황 리스트를 공개한 8월 말 이후 7월분 출연료를 지급했다. 또 한예조가 KBS와 협상을 타결한 데 이어 MBC, SBS와의 협상의 끈도 놓지 않고 있어 출연자들의 부담감을 떨쳐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