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축구는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참가한 4팀 모두 8강에 올랐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원정 월드컵 첫 16강 진출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1일 열린 성남과 수원의 경기를 보면 한국축구가 과연 아시아의 맹주인가에 의문점이 남는다.
축구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프라에 허점이 있음을 드러냈다. 성남과 수원의 K리그 경기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최근 폭염과 계속된 비로 잔디가 모두 시들었다. 게다가 경기장 땅도 고르지 않아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됐다. 사실상 경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요즘 조기축구회도 이런 경기장에서는 볼 안 찬다”는 한 관계자의 말처럼 프로경기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결국 경기가 치러졌고, 선수들은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때문에 볼 컨트롤에 애를 먹었다. 경기 내용은 최악이었다.
15일 같은 경기장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예정돼 있다. 경기를 펼치는 팀은 똑같이 성남과 수원. 이 경기는 TV를 통해 아시아 전역에 중계될 예정이다. 지금 같은 잔디 상태에서 경기를 치른다면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길이 없다.
그라운드의 잔디가 망가진 표면적인 이유는 폭염과 비. 하지만 경기장에 지붕을 씌우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통풍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잔디 관리에 소홀한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의 무관심도 화를 키웠다.
AFC는 지난달 조사단을 파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국가들의 실태를 조사했다. K리그는 승강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리그에 비해 관중수가 적다고 지적받았다. 그나마 인프라가 좋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금 탄천종합운동장의 상태라면 이 부분에서도 점수가 깎일 수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AFC 측에 문의를 하는 등 15일 경기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치를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단기간에 그라운드를 되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성남과 연맹이 한국축구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 됐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스포츠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