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진이라 불러다오” ‘장진 스타일’이라는 자신만의 장르를 형성한 장진 감독. 그는 배우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유명하다.
임원희·차승원·신하균 모두 거절
그럼 내가! 감독·배우 1인2역 소화
배우·스태프 출연료 재투자한 작품
한재석 숨은 이미지 발굴 최대 수확
그는 만드는 영화만큼이나 말투도 개성도 감각적이었다. 영화감독 장진(39).
장 감독은 “주위 현상에 좀 관대한 편”이라는 말로 자신이 쓰고 만드는 작품의 출발점을 소개했다. 주위로부터 ‘이상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들도 ‘독특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그가 그동안 개성 강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작이다.
코미디와 스릴러, 액션을 오가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 ‘장진 스타일’이라는 자기만의 장르를 형성한 그가 16일 새 영화 ‘퀴즈왕’(제작 소란플레이먼트)을 관객 앞에 내놓는다. 4중 추돌 사고로 얽힌 각양각색 사람들이 133억 원의 상금이 걸린 퀴즈쇼의 마지막 정답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경찰서와 방송사 스튜디오를 오가며 벌어지는 인간 군상들의 퀴즈쇼 도전기는 우스꽝스럽다. 이 이야기는 장진 감독이 10년 전 겪은 경찰서 목격담에서 시작됐다.
‘퀴즈왕’은 전체 촬영이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순수 제작비는 3억5000만원 정도. 감독은 물론 배우와 스태프가 출연료를 재투자하는 방식인 주주지분제로 만들어 적은 제작비로도 한재석, 김수로, 류승룡 등의 연기자를 캐스팅해 장편을 완성할 수 있었다.
“독립영화처럼 작게 만들고 싶었는데. 내 작품 완성도 위해서 돈을 더 쓰고 배우들 잡아두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배우나 스태프들 스케줄 뚝 떼어놓기도 무리였어요. (정)재영이도 ‘이끼’ 끝난 뒤라 곧바로 내 영화 더 찍자고 할 수도 없었고.”
그래서 장 감독은 직접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영화에서 비중이 높은 형사반장 역을 소화했다. “임원희, 차승원, 신하균이 그 역을 다 거절해 내가 무리했다”며 “진짜 연기를 할 거면 누군가 만드는 다른 작품에서 제대로 몸을 만들어 하고 싶다”는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퀴즈왕’에서 무게 중심을 잡는 캐릭터는 한재석이다. 장진 감독은 한재석에게 숨겨진 이미지를 찾아내려고 ‘퀴즈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재석에겐 더 많은 게 있는데 너무 획일화된 느낌이라 안타까웠어요. 마치 ‘킬러들의 수다’ 때 신현준 형 같은 느낌이랄까. 감독의 욕심으론 내 작품 안에서 배우가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배우 사랑이 남다른 장진 감독은 영화에서 가장 튀는 고교생 연기자 심은경에 대해 “어느 상황에서도 절대 꿀리지 않는다”고 혀를 내둘렀다. 우울증에 걸린 여고생 캐릭터를 두고 걸그룹 멤버들을 떠올렸다. 평소 그와 친분이 두터운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나르샤와 소녀시대의 유리가 가장 먼저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교복을 입기에는 둘 다 무리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심은경으로 방향을 틀었다.
‘퀴즈왕’ 개봉을 앞두고 그는 동시에 새로운 영화를 촬영하는 강행군을 벌이고 있다. 연말쯤 개봉하는 김수로 주연의 옴니버스 멜로영화 ‘로맨틱 헤븐’이다. ‘퀴즈왕’과 마찬가지로 주주지분제로 만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임진환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