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첸코를 롤 모델로 삼고 K리그를 대표하는 골잡이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천의 유병수. 스포츠동아DB
나의 롤 모델 ‘셰브첸코 아바타’를 꿈꾸며…② 인천 UTD 유병수
문전에서의 움직임·탁월한 골감각붙박이 공격수된 중3때부터 푹빠져
영상 신문 잡지 등 닥치는대로 수집
그에 비하면 난 아직 50점 수준이죠인천 유나이티드 스트라이커 유병수(22)에게 롤 모델은 누구일까. “외국 선수를 얘기해도 되느냐”는 말부터 나오는 걸 보니 왠지 범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역시 그랬다. 유병수가 꼭 따라가고픈 이는 우크라이나 축구 영웅 안드레이 셰브첸코(34·디나모 키예프)였다.
12살 차 띠동갑인 둘은 여러 모로 닮은꼴이다. 특히 골 냄새를 잘 맡는다는 점에서. 굳이 반박해도 어쩔 수 없지만 문전에서 유병수의 득점 감각은 국내 지도자들 대부분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부분이다.
○공격수 스타트 떼며 셰브첸코 자료 수집
한 번 터지면 매섭게 몰아치는 스타일. ‘2년차 징크스’는 유병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프로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09년 정규리그 27경기에 출전해 12골-4도움을 올렸고, 컵 대회 7경기에서도 2골을 넣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 항상 고른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19경기에 나서 13골을 기록했으니 부연 설명이 필요 없다. 국내파 중 최고 득점이다.
유병수는 처음부터 공격수였던 건 아니었다. 대구 신암초 4학년 때 처음 축구를 시작한 유병수는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했다. 붙박이 스트라이커로 자리를 굳힌 건 서울 둔촌중 3학년 때였다. 셰브첸코에 푹 빠져 버린 시기도 바로 중학교 시절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셰브첸코를 쭉 좋아했어요. 일단 여타 움직임과 플레이는 빼놓고도 골 결정력이 기가 막히잖아요. 단순히 골을 넣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과정과 장면은 제게 큰 충격이었죠.”
셰브첸코를 닮기 위해 유병수는 부단히 노력했다. 영상, 신문, 잡지 등 가리지 않고 셰브첸코와 관련된 자료가 있으면 닥치는 대로 수집했다. 지금도 유병수의 컴퓨터에는 셰브첸코의 경기 장면이 담긴 동영상들이 담겨져 있다. AC밀란-첼시-디나모 키예프까지 다양하다.
움직임 하나하나를 보며 연구했고, 똑같은 패턴을 닮기 위해 노력했다. 훈련장에서 별도 시간을 내서 셰브첸코를 따라 슛 연습을 할 정도니 말 다했다. “(중학교 시절) 세리에A TV 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충분히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의외로 마니아층이 두터워요. 제가 본 골 모음 하이라이트가 있는데, 상대 문전에서 움직임과 탁월한 감각은 따라갈 사람이 없더라고요.”
○기사부터 좌우명까지…한국판 셰브첸코를 꿈꾸며
축구 선수가 글을 좋아하지 않고, 또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말도 유병수와는 별개다. 적어도 셰브첸코와 관련한 내용이라면 그렇다. “셰브첸코가 한참 잘 나갈 때 스포츠신문, 축구 잡지 등에서 인터뷰나 스타 스토리 등이 자주 나왔거든요. 존경하는 분인데,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겠어요?”
유병수의 좌우명도 역시 셰브첸코와 관련돼 있다. ‘스트라이커는 볼을 잡는 순간, 오직 득점만을 생각해야 한다. 오직 골로 말할 뿐이다.’ 솔직히 처음 들어봤는데, 유병수에 따르면 셰브첸코가 모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란다. 축구 선수로서 자신의 삶 모든 부분에서 셰브첸코에 초점을 뒀기에 플레이도 서서히 닮아가고 있다. 이것저것 하도 많이 접하다보니 그의 플레이 패턴이 죄다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
페널티에어리어 안팎에서 움직임, 수비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이동 경로, 어떤 타이밍에 슛을 시도하는지 등등 모든 걸 따라가려 노력 중이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셰브첸코가 100이라면 본인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했느냐고. 배시시 웃던 유병수의 한 마디. “글쎄, 한 50점쯤? 아니, 솔직히 그것보다 못하죠. 일단 셰브첸코는 한 번 걸리면 그대로 골이었잖아요. 전 그런 경지에 오르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셰브첸코를 따라잡기 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부임하신 허정무 감독님도 그렇고 항상 감독님들이 얘기해 주세요. 문전 활동량이 부족하다고. 단점으로 늘 지적되는데, 이 부분만 고친다면 ‘골’ 하면 유병수가 K리그 최고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도 유병수는 ‘한국판 셰브첸코’를 향한 꿈을 꾸고 있다. K리그 그라운드를 힘차게 누빌 때는 그의 아바타를 보고 있다고 여기면 될 듯싶다. 조금 전까지 셰브첸코의 플레이 동영상을 보고 나왔으니 말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