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새벽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둔 두산 임태훈(22)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써왔던 일기장을 펼쳤다.
그리고 한 시즌 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과 앞으로의 다짐을 담은 글을 썼다.
첫 번째 문장은 “내 손을 떠난 공은 무조건 내 책임”으로 시작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시즌 후반기에는 호투하고도 승을 따지 못한 경기가 몇 차례 됐다. 10승을 올리는 게 목표였지만 결국 9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내가 좀 더 잘 던졌다면 이러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야 타협의 여지가 안 생기기” 때문이다.
임태훈은 시즌 시작 전부터 아팠다. 아프다보니 투구밸런스가 무너졌고 스피드가 급감했다. 제구력까지 흔들렸다. 그래서 욕심을 부렸다. 하나씩 고쳐나가야 했는데 급한 마음에 밸런스, 스피드, 제구력을 한꺼번에 되찾으려고 하다가 역효과가 났다. 그래서 이렇게 썼다. “비록 돌아가더라도 목표를 채우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갔어야 했다”고.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보직은 중간계투다. 주위에서 ‘불펜으로 가니 제 실력이 나온다’고 하지만 사실 마지막 선발등판이었던 8월 28일 대전 한화전 때 7이닝 2실점(1자책)하면서 어떻게 던져야할지 감을 잡았다. 그래서 일기의 마지막은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로 끝났다. “임태훈을 위한 팀이 아닌 두산의 임태훈이기 때문”이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