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트랙|두산 정수빈] 딱! 맞는 순간 “야호! 5차전 간다”

입력 2010-10-04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0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롯데자이언츠 대 두산베어스 4차전 경기가 3일 부산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9회초 1사 2,3루 두산 정수빈이 우월 3점 홈런을 날린 후 홈인하며 환호하고 있다.

준PO서 최경량·최연소 4번타자
2·3루 찬스 임경완 상대 스리런!
“만회만 하자고 마음 먹었는데…”


두산 정수빈(20)은 포스트시즌에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PO) 3차전, 두산은 문학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여세를 몰아 안방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렸다. 하지만 팽팽했던 경기가 우익수였던 정수빈의 실책성 플레이로 SK에 넘어가며 상황이 역전됐다. 그날의 패배가 빌미가 돼 두산은 리버스스윕을 당했다. 우익수쪽으로 뜬공이 라이트에 들어가면서 타구 궤적을 놓쳤을 뿐이지만 본인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두 번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게 된 정수빈은 그때 일을 떠올리며 “이젠 다 잊었다”고 했다. “어차피 지난 일, 곱씹어봤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대신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의 말을 지킬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시즌 후반기 맹활약하며 준PO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선발 라인업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선발출장권을 쥔 3차전에선 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6회 고영민과 교체되고 말았다.

하지만 준PO 4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그동안의 한을 푸는 통타를 날렸다.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던 9회 김현수의 시즌 첫 번트로 만들어진 1사 2·3루 찬스. 롯데가 임경완으로 투수를 교체하자 김경문 감독은 대타로 정수빈을 내세웠다. 준PO 통틀어 최경량·최연소 4번타자였다.

그러나 작은 고추는 엄청나게 매웠다. 롯데 마무리 임경완을 상대로 볼카운트(0-3)를 유리하게 끌고 가다가 가운데로 몰린 시속 134km짜리 싱커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올시즌 2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순간에 쳐낸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다. 이후 두산 타자들은 집중력을 발휘해 흔들리는 롯데 불펜진을 두들겼고, 9회에만 대거 8득점하며 준PO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홈런 직후 정수빈의 어머니 이연임 씨는 “어제 부진해서 혹 기가 죽었을까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제몫을 해줘 기쁘다”며 기뻐하고는 “모두 주위에서 수빈이를 도와준 덕분”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서울에 오면 수빈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를 잔뜩 사줘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정수빈의 말: “중요한 시점에 대타 출전 홈런…기뻐요”

어제(준PO3차전) 선발로 뛰었는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만회만 하자고 마음을 비웠는데 중요한 시점에 대타로 나와 홈런을 쳐서 기분이 아주 좋다. 지난해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라이트에 공이 가려 큰 실수를 했고, 크게 당황했었다. 지난해 큰 경기 경험이 있어서 긴장도 조금 덜 되고 부담도 많이 없어졌다. (9회초) 볼카운트 0-3에서 히팅 사인이 나왔을 때 스트라이크 잡으러 공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쳤는데 그게 타이밍이 잘 맞았다. 싱커나 직구, 몸쪽 낮은 공이라고 예상했는데 코스도 비슷했다. 넘어 가는 순간에 ‘아! 5차전 가는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사직|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