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동료·관중들까지 챙긴다 홍포의 여인은 내조의 여왕

입력 2010-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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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주포 홍성흔의 부인 김정임 씨와 딸 화리 양이 4차전이 열린 3일 사직구장에서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롯데 주포 홍성흔의 부인 김정임 씨와 딸 화리 양이 4차전이 열린 3일 사직구장에서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딸 화리 손잡고 사직구장 찾아 응원 “롯데서 2년…부산갈매기 다 됐어요”
신나는 마음으로 야구장에 갔는데 표가 이중으로 발권돼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다. 아이는 보채고 경기는 이미 시작됐고…. 더군다나 포스트시즌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날 상황이다. 특히 선수가족이라면? 남편, 아빠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자리도 못 잡고.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홍성흔의 아내 김정임 씨는 스스럼없이 통로에 앉아 응원을 시작했다. ‘불편하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활짝 웃으며 “서 있으면 뒤에 앉은 관중들이 잘 안보이시잖아요”라며 딸 화리를 무릎에 앉힌다. 한 관중이 “자리는 하나인데 표 가진 사람이 둘입니다. 우짜란 말인교”라고 당황해하자 “저쪽 표찰을 목에 건 사람에게 말하면 새로 자리를 잡아줍니다”라고 친절히 설명한다. 마침 1회말 무사 만루찬스. 이대호가 타석에 서자 화리가 “다음이 아빠지?”라며 발돋움을 한다. 이대호가 삼진으로 물러서자 김 씨가 두 손을 마주 잡는다. 그러나 결과는 병살타. 순간 엄마는 고개를 푹 숙였고, 딸은 “엉엉엉”우는 소리를 내며 아쉬워한다.

준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린 3일 사직구장. 김 씨가 화리의 손을 잡고 야구장에 들어서자 많은 관중이 얼굴을 알아보고 “홍성흔 파이팅”이라고 인사를 한다. 김 씨는 모델 출신이다.

빼어난 미모에 상냥한 인상으로 롯데팬에게 인기가 높다. 김 씨도 관중들을 마치 집을 찾은 손님 대하듯 깍듯이 대했다. 구단 직원이 서둘러 다른 자리를 마련했지만 먼저 기다리고 있던 다른 관중에게 양보하고 더 기다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본인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가까스로 새로 찾은 자리. 김 씨는 “어제 아이 아빠가 배트를 골라달라고 했어요. 좋은 꿈을 꿀 수도 있으니까 이 참에 하겠다고 한 뒤 정성을 다해 골랐는데 첫 타석에서 병살이에요, 어떻게 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부산 사람이다. 홍성흔이 2008년 FA로 두산을 떠나 롯데에 입단하며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내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며 맘고생을 함께 했다.

“예전에 남편은 자기가 안타를 못 치면 분해서 잠을 못 잤어요. 하지만 롯데에 온 뒤 자기가 아무리 잘 해도 팀이 지면 밤잠을 설쳐요. 베테랑으로 롯데가 강팀이 되는데 역할을 다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바뀌었죠.”



김 씨는 민어 등 보양식을 구하면 남편의 후배들을 집으로 불렀다. 홍성흔이 이대호와 타이틀 경쟁 중일 때는 오히려 이대호를 더 응원했다. 남편의 룸메이트 전준우는 지나칠 때마다 음료수라도 꼭 손에 들려 보냈다. “(전)준우 씨가 1차전에서 홈런 친 후 ‘누님 고맙습니다’라면서 알아 주더라고요. 남편과 저, 모두 팀을 더 많이 사랑하며 조금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말을 이어가는 동안 홍성흔의 타석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김 씨는 손을 마주잡고 그라운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직|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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