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만난 사람] 영원한 ‘롯데맨’ 유 두 열…역전홈런! 그날의 손맛 아직도 짜릿

입력 2010-10-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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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열은 롯데팬들로선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을의 전설’ 가운데 한 명이다. 그가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8회 날린 역전 결승 좌월3점홈런은 매년 포스트시즌이 되면 단골로 등장하는 명장면이다. 유두열이 역사적 홈런 한방으로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뒤 부상이었던 맵시나 승용차 위에 걸터앉아 손을 흔드는 모습. 작은 사진은 2008년 삼성-롯데전 유두열의 시구 모습.스포츠동아DB

<84년 KS 7차전 8회 스리런>
기록원 실수 5번타자 중책 해프닝
‘병살타 면하자’며 친 공 담장 훌쩍
마지막 찬스서 부진 씻은 한방 MVP
롯데 암흑기 8년간 죄짓고 산 기분
3년연속 PS…이젠 우승할 때 됐죠
역전홈런, 그것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터진 역전홈런. 지난 26년 동안 롯데가 또 한번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홈런을 날리며 우승하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부산 사나이’가 있다.

26년 전인 1984년 롯데 외야수 유두열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까지 17타수 1안타로 부진했다. 그러나 7차전 시작을 앞두고 발표된 출장자 명단을 보고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3번 김용희∼4번 김용철∼5번 유두열. 6차전까지 1할도 안되는 타율에 허덕이고 있던 타자가 맡은 클린업 트리오의 막중한 임무.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유두열은 필승 각오를 다지며 그라운드에 섰다. 그러나 경기 후 이 타순은 기록원의 실수로 밝혀졌다. 강병철 감독이 기록원에게 전한 타순은 3번 김용희∼4번 김용철∼5번 박용성∼6번 유두열이었다.

유두열은 4차전을 제외하고 줄곧 1번에 배치됐었기 때문에 기록원은 순간적으로 착각해 타순을 뒤바꿨다. 강 감독은 경기시작 직전 이 사실을 알았지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타순을 바로잡지 않았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 운명의 8회 3-4로 뒤진 롯데는 김용희와 김용철이 삼성 김일융을 상대로 연속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1사 1·3루의 마지막 찬스를 잡는다. 기록원의 실수로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 타석에 선 유두열은 26년 전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더가 잘못됐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고, 어떻게든 희생플라이라도 쳐서 동점을 만들자, 병살은 절대 안 된다. 그런 마음으로 타석에 섰죠.”

김일융은 3구 째 몸쪽 낮은 공으로 병살을 유도하려 했다. 그러나 살짝 가운데로 몰린 공은 ‘딱!’소리와 함께 좌측 담장으로 날아갔다. 역전 3점 홈런. 롯데는 사상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고, 유두열은 MVP가 됐다.

유두열은 현재 포항제철고에서 고교선수들을 키우고 있다. 몸은 포항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사직에 있었다. 그는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3차전의 경기 내용 모두를 세세하게 복기하며 “가까이 있었으면 사직구장에서 직접 응원했을 텐데 많이 아쉽다”며 “아직 준플레이오프 승부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참 고맙다”고 했다.

유두열은 2000년대 들어 롯데가 8년 동안 최하위를 6번이나 기록했던 시기에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었다”고 했다. “은퇴는 했지만 ‘전 롯데 선수’아닙니까? 누가 나무라는 건 아니지만, 팬들에게 미안하고 저 뿐 아니라 대다수 롯데 출신들이 다 조용히 살았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죄짓고 살고 있는 것 같았던 10여년. 그래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 후배들이 더 대견스럽다.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그라운드위에 9명이 아니라 전체 26명이 똘똘 뭉쳐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면 1984년보다 더 극적인 우승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하며 스스로를 ‘전 롯데자이언츠 선수’라고 소개했던 유두열. 그는 하루라도 빨리 롯데에서 새로운 가을의 전설이 탄생하기를 매일매일 손꼽아 기원하고 있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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