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임재철.
대전시립국악원에 몸담고 있는 임재철(사진)의 아내 최경선 씨는 12일 큰 공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8일 새벽, 힘든 연습을 마치고 부랴부랴 상경했다. “네 살배기 딸 지유가 걸그룹 2NE1의 춤을 기가 막히게 추는데 그 모습을 포스트시즌에서 고생하는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곯아떨어진 딸을 태우고 에너지소모가 많은 밤길운전을 마다하지 않은 최 씨는 “‘나 때문에 꿈을 접지 말라’는 남편의 배려로 한국무용을 계속 할 수 있었다. 본의 아니게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나를 지원해주는 고마운 남편이다. 작은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보답해주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유 아빠와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며 배시시 웃었다.
지유 아빠, 요즘 당신이 포스트시즌에서 너무나 잘 해주고 있어서 내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올시즌 주전으로 뛰지 못해 많이 힘들었죠? 그래도 늘 성실하게 운동하던 당신을 믿었어요. 표현은 못 했지만 기회가 왔을 때 당신이 제몫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두산에 감사드려요. 감독님께 감사드리고 선수단에 고마워요. 당신이 삼성에서 한화로 트레이드될 때 참 힘들어 했었잖아요. 두산이 당신의 재능을 인정하고 불러줬을 때 ‘이번 트레이드가 새로운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매일 빌었어요. 다행히 하늘에서 기도를 들어주셨네요. 두산에서 3할도 치고(2005년 0.310) 재능을 꽃피웠잖아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마운 생각밖에 안 들어요.
지유 아빠, 그때 생각나요? 우리가 대전에서 서울로 와서 집을 구하느라 며칠 동안 고생했을 때. 중학교에서 함께 야구하던 친구집에 고작 이틀 머무는데도 당신은 참 힘들어했었죠.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아서, 당신이 당장 갈 곳 없는 후배들을 집에 데리고 오면 나도 다 내 식구 같고 그렇더라고요.(임재철의 집을 거쳐 간 야구선수만 해도 열 손가락이 넘는다. 최 씨도 “(최)준석이” “(이)범호”라고 선수들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며 “지유 아빠에게 해주는 것에 숟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되는 일인데 언제든지 환영”이라며 부창부수다운 말을 건넸다)
지유 아빠, 우리 앞으로도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매일 최선을 다하고 살아요. 제 빈자리를 메워주시느라 애쓰시는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에게도 열심히 효도하고. 내가 매일 기도했어요. (최 씨는 10일 임재철이 PO 3차전 연장 11회말 동점 2타점 2루타를 쳐내기 전 교회에 가 남편의 선전을 바라는 기도를 드리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임재철은 “아내의 기도가 통했다”며 기뻐했다)
여보, 운동선수는 몸이 생명이잖아요. 아프지 말고요. 지유도 쑥쑥 잘 크고 있으니까 좋은 엄마 아빠가 되도록 해요. 생각해보니 앞으로 우리 행복할 일만 남았네요. 사랑합니다.정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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