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없이 주저앉을 것만 같았던 삼성에게 그야말로 ‘마지막 찬스’가 찾아온 건 9회말이었다.
8회초 2점을 더 내줘 1-4로 점수가 벌어졌을 때만해도 승부는 그렇게 끝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삼성으로선 뜻밖의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1사후 조영훈∼현재윤의 연속안타로 만든 1·2루. 1·2차전 두 경기에서 모두 SK 승리를 매조지했던 마무리 송은범이 갑자기 흔들렸다. 9번 박진만 타석에서 폭투로 2·3루 진루를 허용한 뒤 힘없이 볼넷. 이어진 1사 만루에서 1번 이영욱에게 초구를 던져 또다시 폭투를 범하고 말았다. 꺼질 것 같던 삼성의 희망을 SK가 살려줬다.
4-2, 2점차로 쫓기고 2루와 3루에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 SK 벤치는 이미 이영욱과 볼카운트 0-1이 된 상황에서 ‘작은 이승호’를 투입하며 불끄기에 나섰고, 삼성 선동열 감독 역시 이 순간 대타 진갑용 카드로 맞불을 놨다. 한방이면 3차전 결과가 뒤집힐 수 있는 상황. 1사 2·3루였지만 진갑용은 무기력했다. 방망이 한번 휘두르지 못하고 결국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SK 덕분에 달아올랐던 삼성 분위기는 일순간에 잦아들었고, 이승호는 이틈을 놓치지 않고 다음 조동찬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유도했다. 삼성으로선 SK가 거저 넘겨준 행운을 제발로 차 버린 셈이었다.
대구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