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금방망이 “감잡았어”

입력 2010-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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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휴식일을 가진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이 31일 부산사직야구장에 모여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대표팀 추신수가 간식을 먹으며 밝게 웃고 있다. 사직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투수 3명 상대로 좌·중·우 대포쇼
“역시 메이저리거다!”

추신수(28·클리블랜드)의 방망이가 홈런포를 토해낼 때마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대표팀의 첫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3명의 투수를 상대로 좌∼중∼우를 가리지 않고 3발의 미사일포를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31일 사직구장에서 계속된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훈련에서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이날은 대표팀의 첫 시뮬레이션게임(simulation game). ‘가상경기’ 또는 ‘모의경기’로 풀이할 수 있는데, 투수는 실전처럼 마운드에서 전력피칭을 하고, 타자는 실전처럼 타격한다. 타자는 주자가 되면 베이스 러닝을 하게 된다. 실전을 가정해 훈련하면서 선수들의 집중력과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훈련방식이다. 추신수는 각기 다른 투수를 상대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홈런 3방을 뽑아내 더욱 눈길을 모았다.

첫 타석에 들어선 그는 잠수함투수 정대현(SK)을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냈다. 1루주자 이대호(롯데)가 “안 치고 뭐하노?”라고 고함을 치자 보란 듯이 2구째를 통타해 직선으로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그러자 이대호는 “잘 치네. 부럽네”라고 고함을 쳐 폭소를 자아냈다.

감을 잡은 추신수는 다음 타석에서 우완투수 안지만(삼성)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겨버렸다. 큰 곡선을 그리던 타구는 좌측 폴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밀어쳐서 관중석 중단에 떨어지는 대형 홈런.

배팅 케이지 뒤에서 지켜보던 강민호(롯데)는 “분명히 (타구가) 왼쪽으로 휘어져 (파울지역으로) 나가야 정상인데, 안 휘어”라며 추신수의 타격기술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김현수(두산)는 “역시 메이저리거가 다르긴 다른가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음 타석에서는 롯데에서 지원한 스리쿼터형 투수 나승현을 상대로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조범현(KIA) 대표팀 감독은 “치기 힘든 코스인데 손목 힘만으로 센터를 넘겨버리는 것 봐라”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눈썰미가 뛰어난 조 감독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3할에 20홈런을 2년 연속 기록했다는 것은 그냥 이뤄진 게 아니다”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추신수의 타격 장점을 설명했다.

우선 타격폼이 간결하다는 것.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어서 어떤 코스, 어떤 구질의 공도 빠르게 대처하는 데다 정교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타고난 손목 힘을 꼽았다. 타이밍이 늦어도 손목 힘만으로 이겨낼 수 있는 타격을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어깨 뒷근육을 보면 힘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 정교함을 장타로 연결하는 비결을 설명했다. 조 감독은 “이대호는 유연함을 바탕으로 임팩트 순간 체중을 실어 멀리 보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면, 추신수는 간결함과 손목 힘으로 임팩트 순간 힘을 싣는다”고 분석했다.

대표팀에 합류해 첫 4일간의 훈련기간이 끝난 뒤 “아직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온 것 같지 않다”고 평가하던 조 감독은 이날 추신수가 완벽한 홈런 3방을 쏟아내자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사직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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