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부상 투혼, 미녀 아내의 특별한 내조 덕

입력 2010-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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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금메달을…” 2010시즌 최우수선수 이대호의 발목 부상이 재발했다. 31일 러닝을 하다 통증을 호소하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동료들과 함께 강도 높은 타격 훈련을 소화하는 한편 분위기 메이커도 자처했다. 금메달을 꼭 따고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다.사직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러닝도중 통증 대열 이탈…그래도 파이팅은 국가대표 넘버원
추신수 홈런치면“부∼럽∼다” 폭소탄
투수들 피칭때도“나이스 피칭”추임새“아내가 특별 보양식 만들어줘요”으쓱
부상 잊고 훈련장 분위기 살리기 솔선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야구국가대표팀 이대호(28·롯데)의 발목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다. 31일 사직구장에서 러닝을 소화하던 도중 통증을 호소하며 대열에서 이탈했다. 절뚝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지만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밀려오는 고통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분위기 메이커 자청한 이대호의 속내

이대호는 정규시즌 도중 홈으로 슬라이딩하다 포수와 부딪히면서 오른쪽 발목을 다쳤다. 이후 잔여시즌 경기와 준플레이오프를 소화하느라 회복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시즌 후에도 국가대표 훈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틈틈이 통원치료를 받고는 있지만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진행되는 강도 높은 훈련에 나을 새가 없다.

그러나 이대호는 “(훈련을)할만 하니까 하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버텨야 한다”며 기합을 넣고는 방망이를 힘차게 휘둘렀다. 이뿐만 아니다. 대표팀 엔트리 24명 중 그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시종일관 재치 넘치는 입담을 풀어놓으며 힘든 훈련에 지친 선수들을 웃게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날도 어김없이 분위기 메이커 정근우(28·SK)와 그의 목소리가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시뮬레이션 피칭 훈련에서는 정대현(32·SK)의 다소 높게 형성된 볼을 추신수(28·클리블랜드)가 흘려보내자 “안 치나? 쳐라. 신수야!”라며 일침을 가했다. 추신수가 친구의 놀림에 자극 받은 듯 우측 펜스를 살짝 넘기는 홈런을 때려내자 곧바로 “부∼럽∼다”라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의 시의 적절한, 상활별 추임새에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이대호는 정대현의 바통을 이어 마운드에 오른 안지만(27·삼성)에게도 “나이스볼! 나이스볼!”이라며 아낌없이 격려를 보냈다. 안지만이 다소 긴장한 까닭인지 원바운드볼을 던진 뒤였지만 오히려 더 큰소리로 “나이스 피칭”을 외쳤다. 정근우도 “스고이, 스고이”라며 거들었다. 1루 수비를 보던 도중에는 같은 팀 강민호(25)가 홈런을 때려내자 “이야∼, 파키스탄 다 죽었네!”라는 농담으로 분위기를 한층 밝게 했다.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는 몸, 쉴 틈 없이 빡빡하게 진행되는 훈련, “죽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만 이대호는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시즌 중에는 훈련할 때 음악도 나오고 팬들이 응원해줘서 좀 시끄러운데, 여기서는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면 너무 조용하다. 나랑 (정)근우랑 좀 떠들어서 분위기 좀 띄워야 한다”고 무심히 말했지만 단순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만이 고참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내의 내조가 그를 뛰게 한다

물론 이대호도 지친 심신을 달랠 휴식처가 필요하다. 이토록 투혼을 발휘할 수 있는 원동력을 묻자 역시나 “아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4일 훈련하고 휴식일 전날(29일) 저녁부터 어제(30일)까지 와이프와 함께 지냈다. 시즌 중에도 혼자 내버려뒀는데 시즌 후에도 대표팀 때문에 또 떨어져 지내게 돼 아쉽고 미안하다”며 애처가다운 말을 건넸다. ‘1일 KIA와 연습경기 후 2일에는 휴식이 주어지니 다시 아내와 지낼 수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또 집에 가야지”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대호의 아내 신혜정 씨는 결혼 후 남편을 타격 부문 7관왕,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에 올려놓으며 ‘신(新) 내조의 여왕’에 등극했다. 이대호도 입만 열면 “계속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10년 동안 매일 붙어있어도 좋을 것 같다”, “아내가 나를 위해 특별 보양식을 많이 만들어준다” 등 신 씨 자랑에 여념이 없다. 오히려 “내년 시즌에도 잘 하려면 몸무게 관리해야 하는데…”라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다.

이대호는 국가대표 4번타자다. 비록 부상이라는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잘 알고 있다. 조금은 몸을 사릴 만도 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 팀을 이끌고 있다. 1일 첫 연습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장하지만 “팀에서 수비는 바라지도 않는 것 같다. 대신 방망이로 보답하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그가 있어 든든한 대표팀이다.사직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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