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김재호가 이대수에게 묻다 “밤에 뭘 하는데 살이 안쪄요?”

입력 2010-11-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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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10 프로야구 SK과 한화의 경기에서 3회초 1사 만루상황에 이대수가 만루홈런을 뽑아내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문학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두산 김재호(25)는 입단하자마자 떠난 2003년 플로리다 교육리그에서 한화 이대수(29)를 처음 만났다. 서로 “코드가 맞다”고 느껴 많은 대화를 나눴던 두 사람은 이대수가 2007년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친형제 못지않은 우정을 쌓아올리게 됐다. 비록 포지션은 같았지만, 라이벌이 아닌 동료로서 힘들 때마다 서로 어깨를 빌려준 것이다.

이대수가 2010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트레이드된 후에도 우애는 더욱 깊어졌다. 김재호가 “우리가 야구를 그만둬도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자, 이대수는 “당연한 것 아니냐”고 화답했다.

한편 이대수는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늘 닮고 싶고 많은 것을 배우고 싶었던 선배”라면서 두산 내야수 손시헌(30)을 지목했다.


○김재호가 이대수에게

(‘워낙 자주 연락하는 사이다 보니 신문지상으로 말하는 것이 영 쑥스럽다’며 망설이다가)형, 우리가 두산에서 함께 고생했는데 다른 팀에 가서 뛰는 것 보면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도 형이 한화에서 열심히 뛰는 것 보면서 저 또한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진짜 친형처럼 위로해주고, 대전 가면 밥도 사주고 챙겨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요. 형은 늘 올해 성적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앞으로 한화 주전유격수로서 자리매김해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돼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꼭 말하고 싶었는데, 우리가 훗날 야구를 하지 않게 되더라도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이대수가 김재호에게



재호야, 네가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 교육리그에서 처음 만났던 기억이 난다. 나이도 네 살이나 차이 나는데, 그 때부터 인상이 참 좋아서 ‘앞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 내가 두산으로 가면서 너와 친분이 두터워지게 돼 기뻤다. 물론 네가 제대하면서 주전 자리를 놓고 경합도 벌였지만,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서로 많은 걸 배웠잖아.

한화로 트레이드되고 나니까 다른 건 몰라도 재호의 빈 자리는 크게 느껴지더라. 그래도 가끔 식사하면서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형은 참 좋아. 야구장을 떠나서도 좋은 인연을 이어가자는 말,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좋은 선후배이자 좋은 벗으로 잘 지내보자.-유격수 라이벌은 누구라고 생각해요? 이유는요?

“글쎄, 라이벌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레벨이 맞아야 하잖아. 내가 다른 팀 유격수들보다 기량이 월등하게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 자신을 먼저 이기고 목표했던 바를 이루고 나서야 다른 선수들과 경쟁한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네. 다만 라이벌이 아닌 롤 모델은 있어. 삼성 박진만 형 말이야. 늘 그 형처럼 되고 싶다는 희망은 품고 있다.”


-형은 송구도 그렇고 타격, 주루, 모든 부분에서 기본기가 잘 돼 있잖아요. 노력인 건지 아니면 타고난 재능인 건지 궁금해요.

“와, 정말 극찬이다. 사실 너도 알겠지만, 내야수들은 수비 연습을 더 많이 하잖아. 기본기라는 건 진짜 어렸을 때부터 피나는 훈련을 통해 갖춰지는 거라고 생각해. 수비는 정말 99%의 노력에 1%의 재능인 것 같거든.

물론 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타격이든 주루든 수비든 항상 경기 전 훈련 때부터 절대 만족하지 않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 한화 와서 만난 다카시로 코치님과 구천서, 김민재 코치님, 그리고 두산의 김광수, 한영준, 김민호 코치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빼놓을 수 없지.”


-밤에 뭘 하는데 살이 안 쪄요?(웃음) 건강에 끔찍하게 신경 썼잖아요. 고기도 많이 안 먹고 밥도 꼭꼭 씹어 먹느라 1시간씩 걸리고. 한화에서도 그래요?

“나는 원래 밥을 천천히 먹는 스타일이야. 그냥 생활습관이 그렇게 자리 잡혔지. 건강에 좋다고 하면 뭐든 그대로 하려고 하고, 반대로 안 좋다고 하면 쳐다도 안 보거든. 사실 나도 살도 좀 찌고 ‘공격형 유격수’ 소리도 들어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체질인 것 같다. 이제는 살 때문에 스트레스는 받지 않으려고 해. 그냥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격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지. 기대해봐. 하하하.”


-야구가 안 되고 힘들 때 극복할 수 있는 형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2009년에 두산에서 경기도 못 나가고 2군에도 몇 번 내려갔잖아. 그 때 스트레스가 엄청났지. 실력이 안 되니 어디 하소연도 못 하고, ‘어떻게 내가 살아남아야 하나’ 별 생각을 다 해봤다. 그래서 난 올해 야구가 잘 안 될 때면 그 때 생각을 했어. 그러면 경기에 나간다는 것 자체에 감사하게 되거든.

올해 재호도 아마 그 때의 나처럼 힘들었을 거야.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거겠지. 재호야, 누구보다 그 심정 내가 잘 안다.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이 순간이 네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믿으며 끝까지 잘 버티라는 거야. 그런 시간이 분명히 올 거라고 믿는다. 힘 내라, 재호야.”


-최근 득남하셨잖아요. 아빠가 된 기분도 궁금하고요. 부담감이나 책임감은 없는지. 애기는 잘 크고 있죠?

“아내가 대전에서 아이를 낳을 때 난 목동에서 경기하고 있었어. 끝나고 집에 와서 아기를 처음 보니까 얼떨떨하고 실감도 안 나고 한편으로는 아내와 아기에게 미안하더라. 직접 가서 출생 신고를 하면서 비로소 더 좋은 가장이 되어야겠다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


-이대수에게 한화이글스란?ㅋㅋㅋ


“처음에 한화로 왔을 때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설렘과 걱정이 동시에 들었어. 막상 시즌을 끝내고 보니 후회되는 부분이 많이 있네. 주전 유격수로서, 내년에도 타격이 2할3푼대라면 나 자신에게 실망할 것 같아. 하지만 수비에 대해서는 올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 한마디로 한화는 내게 자신감을 되돌려준 팀, 보답하고 싶은 팀이야.”


-앞으로 어떤 야구선수로 기억되고 싶나요.

“‘이대수는 정말 야구를 잘 했어’, ‘대단한 선수야’라는 얘기보다는 ‘이대수에게는 정말 남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었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 주변 지도자분들께 ‘눈빛이 마음에 든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왔는데, 꼭 눈빛이 아니더라도 나만의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지.

은퇴 후에는 지금까지 운동하면서 쌓인 나만의 노하우를 열정 있는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되돌려주고 싶어. 재호도 충분히 좋은 자질을 갖고 있으니, 지금 벤치에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너무 처지지 말고 열심히 파이팅 했으면 좋겠어. 자주 연락하자!”한화 이대수는?

▲생년월일=1981년 8월 21일 ▲출신교=군산중앙초∼군산중∼군산상고 ▲키·몸무게=175cm·70kg(우투우타) ▲프로 데뷔=2001년 SK 입단(신고선수) ▲2010년 성적=125경기-타율 0.232-7홈런-37타점-33득점-2도루 ▲2010년 연봉=8000만원정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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