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궁녀 최나경. 스포츠동아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같은 맥락에서 최근 ‘티벳궁녀’라는 별칭으로 큰 화제를 모은 최나경(29)씨는 ‘신데렐라’라는 이름이 딱 맞는 인물이다. 그는 방송에서 비쳐진 2-3초 가량의 모습을 통해 아르바이트 단역배우를 하는 평범한 일반인에서 화장품 모델로 그리고 시트콤 고정 배우로 ‘신분’이 수직 상승했다.
지방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백조’로 지내며 아르바이트로 드라마 보조출연을 하던 그는 이제 전담 매니저에 전용차량까지 생긴 ‘유명인’이 됐다. 불과 3개월 새 너무 달라진 주위 환경에 가장 민감한 변화를 느끼는 것은 바로 본인일터. 그가 밝히는 솔직한 속내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아직 실감은 안 나지만, 요즘 너무 재미있다”
- 화장품 모델에 시트콤 고정출연까지 이 정도면 신데렐라라고 부를 만 하다. 소감이 어떤가?
요즘 너무 재미있고 신기하다. 주위 환경이 너무 180도로 바뀌었다. 보조출연 할 때는 혼자 옷도 다 챙기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하고 오랜 시간 (촬영)대기하고 하다가 이제 내 시간에 맞춰서 다 챙겨주니 편하고 좋다. 실감이 잘 안 났는데 이런 대우를 받게되니 실감이 조금 난다(웃음). 또 이렇게 내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아직 포즈 잡고 하는 게 어렵지만, 처음보단 많이 나아진 것 같다.
- ‘티벳궁녀’ 장면은 꽤 인상적이었다.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지은건가?
평소 표정은 그렇지 않다. 잘 웃는다. 당시 심각한 장면이어서 속으로 ‘심각한 표정을 지어야해’라고 생각해 지은거다. 나름 생각하고 무표정으로 갔는데 그런 표정이 나왔다.
-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면?
당시 보조 연기자가 2명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집에서 자다가 화장도 못하고 급하게 나갔다. 실내 촬영이라 세트 장에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는데 그걸 알아채지 못하고 얼굴 각도가 그렇게 나왔다. 나 실제로 얼굴 그렇게 네모나지 않다(웃음).
당시 장면은 극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었다. 유상궁 역의 임성민 씨가 끌려가는 클라이막스 신이어서 나름 진지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쪽으로 화제가 되서…. 나 때문에 드라마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 것은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제작진 쪽에서도 계속 이런 식으로 (티벳궁녀가) 화제가 되니 좀 난감해 하는 것 같았다.
- 화제가 되고 어려운 점도 있었겠다
내가 나간 방송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나서 2주 정도를 집에서만 지냈다. 코믹한 요소가 많은 시트콤도 아니고 정극인데 내가 계속 주목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보조 출연을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갔다. 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 지긴 했다. ‘이 일을 이제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되레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 가족과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나?
딸이 이런 일을 겪는다면 가족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할 것이다. 예쁜 모습으로 뜬 것도 아니고…. 내가 보기엔 이상해 보이지 않는데 가족들이 보기엔 이상해 보였나 보다. 어머니도 ‘그런 표정으로 화제가 되서 어떻게 하나’란 걱정이 가득한 반응이었다. 지금은 가족들도 좋아한다.
- 악플에 시달린 적은 없나?
원래 그런 것에 잘 신경 쓰지 않는다. 가끔 보긴 하는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너무 나쁜 이야기도 없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악플을 하나 봤는데 거기에 이를 욕하는 댓글이 수십개 달려 있어서 좋았다. ‘아 그래도 나를 좋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많구나’란 마음이 들어 기뻤다.
- 이후 드라마 ‘황금물고기’에 출연한 장면(발레복)이 다시 화제가 됐다. 누리꾼들의 관심이 대단했다는 반증인데, 이후 또 출연한 작품은 없나?
- 화제가 되기 전에 ‘김탁구’에 출연한 적이 있지만 배경으로 지나간 거라 거의 잘 못 알아볼거다. 또 김민선씨가 나왔던 단막극(MBC, 사랑을 가르쳐 드립니다)에 잠깐 나왔다. 내가 안경 쓰고 머리 편 것은 시청자들이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웃음).
시트콤서 새로 맡은 역할 이름은 ‘정궁년’
- 최근 보조출연에서 고정출연으로 신분이 급상승했다. 시트콤 촬영해 보니 어떤가?
과거에도 원샷(한 인물만 화면에 잡는 샷)을 받아 본적이 있는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보조출연자 일 때는 ‘어차피 안 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 때문에 편했는데 이제는 내 대사가 있고 내 신이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지 않나. 처음엔 폐만 끼치는 게 아닌가 해서 너무 걱정했는데 이제는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연기공부도 더 할거다.
- 극중 어떤 역할인가?
모든 것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인물로 나온다. 이름은 ‘정궁년’이다(웃음). 보통 정선생으로 불릴 것이다.
- 최근 화장품 모델까지 맡았는데 본인의 외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평소 외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예쁘진 않아도 못 생기진 않았다고 생각했다. 콧대도 있는 것 같고, 입술도 괜찮은 것 같고…. 쌍꺼풀만 있으면 예쁘게 생긴 얼굴이라 생각했다.
- 그럼 성형도 생각해 봤나?
눈이 작아서 아이라인을 정말 두껍게 그려도 티가 안 난다. (눈가에) 지방을 살짝 빼고, 쌍꺼풀을 해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성형외과 선생님도 ‘지금 얼굴에서 눈만 고치면 진짜 예쁠 것 같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쌍꺼풀 수술을 했다면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눈이 티벳여우를 닮았다고 해주셨는데, 이젠 성형할 생각이 전혀 없다. 장점은 아니지만 나만의 개성인 것 같아서 만족한다. 인터넷 댓글에서 ‘성형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보고 혼자 웃었다.
- 이제 유명인이라 부를만 한데, 만나고 싶었던 남자 연예인은 있었나?
가수 조성모 씨를 예전부터 좋아했었다. 목소리가 너무 좋고 멋있다. 처음 1집 나왔을 때부터 좋아했다. 만나면 팬이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 현재 남자친구는 있나? 없다면 이상형은 어떻게 되나?
현재는 없다. 부산에서 살 때는 있었는데, 2년 전 서울로 올라오면서 헤어졌다. 이상형은 조성모 씨 같은 사람이다.
- 지금의 인기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할 것 인가?
쉬는 날이 오게 되면 사람들이 나를 다시 좋아할 수 있게 다른 ‘미친 존재감’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개성 있는 내 연기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미친 존재감’을 내뿜는 분은 여럿 있지만 ‘티벳궁녀’는 나 하나이니, 이 개성을 밀고 나갈 생각이다. 예능감을 살려볼 계획도 있다.
용진 동아닷컴 기자 aur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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